[가슴 성형수술 보혐물 종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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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유방 성형 수술을 받던 여대생이 사망하자 성형 재료로 쓰이는 보형물(백)에 대한 여성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유방에 삽입한 보형물이 터져 재수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를 당했기 때문.유방 성형의 부작용은 보형물의 발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예컨대 1800년대 후반에는 실리콘과 바셀린 등을 유방에 주입한 여성들이 피부가 썩는 고통을 당했다.

다우코닝사에 의해 실리콘 겔 백이라는 이상적인 보형물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 하지만 내용물인 실리콘 겔이 새어나와 피부조직이 괴사함으로써 집단 피해소송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보형물이 새는 사고는 왜 발생할까.

백은 내용물과 이를 감싸고 있는 외피로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제품의 종류는 내용물에 따라, 또 내용물을 담는 방법에 따라 구분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은 외피와 내용물이 별도로 생산되는 분리형 백(일명 주입형). 환자의 대흉근 아래쪽에 외피를 삽입한 후 주입구를 통해 생리식염수를 집어넣고 연결 호스를 빼는 방식이다.

생리식염수가 인체에 무해한데다 내용물이 들어있는 보형물을 통째로 집어넣는 것보다 피부를 2㎝이내로 적게 째고, 흉터가 거의 없는 유륜둘레 수술이 가능해 성형외과에서 선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체형(일명 프리필드형)은 내용물이 아예 담겨 완제품으로 나온다. 내용물은 대부분 생리식염수가 아닌 실리콘 겔이나 다당류인 하이드로 겔 등을 쓴다.

이 두가지 형태의 백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분리형의 경우 내용물이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누수가 일체형보다 많은 것이 단점. 백이 새는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이 외피 마찰에 의한 백의 손상. 내용물이 백의 아래쪽으로 쏠리면 백 윗부분 앞뒷면이 맞닿게 되어 마찰을 일으키고, 그 결과 전자현미경 단위의 미세한 구멍을 만든다는 것.

특히 수술 후 감촉을 좋게 하기 위해 정해진 용량보다 10% 정도 양을 적게 넣는 사례가 많은데 이 경우 백의 피로도를 증가시켜 누수율을 3.3배 증가시킨다는 논문도 나와 있다.

생리식염수는 걸쭉한 겔에 비해 점성이 없어 윤활유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한 이유다.

이밖에 주입구가 불량하거나 성형수술 후 과도한 마사지를 하다가 백이 손상되기도 한다.

제조회사인 맥간사의 조사에 따르면 2천3백13명의 성형수술 여성 중 4%, 전체 삽입한 보형물의 2%가 1년 내 백의 내용물(식염수)이 샌 것으로 나타났다.

또 2천66명을 조사한 맨토사의 경우엔 1년 이내 누수 및 파손율이 1%, 3년 이내엔 3%로 보고하고 있다.1백명이 수술을 받으면 적어도 2~3명은 불량 백 때문에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일체형은 누수율이 적은 대신 내용물에 대한 안전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현재 실리콘 겔을 넣은 백은 1992년부터 부작용에 대한 피해소송이 속출하면서 미국에서 특수환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입 금지 품목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30~35%나 되는 하이드로겔 백 역시 현재 만성 독성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유럽에선 판매가 중단된 제품.

이를 수입하는 S사의 한 관계자는 "영국 식약청에서 요구한 독성실험 성적서를 제출할 때까지 유럽에서 판매가 일시적으로 보류됐을 뿐이지 항간의 소문대로 판매가 완전 금지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종관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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