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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우려 비행기 타기 겁나요" 예술가들 공연 기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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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테러참사 이후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연주자.프로그램이 바뀌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항공기 테러로 아티스트들이 해외 연주여행을 꺼리기 때문이다. 폴 매카트니.마돈나.봅 딜런.재닛 잭슨.리치 블랙모어 등 팝스타들은 물론 유명 클래식 연주자들도 연주 계획을 대거 취소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부부는 테러 참사 후 9일만에 이번 시즌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의 연주계약을 전면 취소했다.

알라냐 부부가 취소한 공연에는 테러 희생자를 돕기 위한 갈라 콘서트도 포함돼 있었다('라보엠'공연은 게오르규 대신 소프라노 홍혜경이 출연할 예정이다.)

베를린필은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서 말러의 교향곡 제7번을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과 제6번으로 바꿨다.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지난달 시즌 개막공연의 지휘자.협연자를 모두 교체해야만 했다. 에사 페카 살로넨(LA필하모닉 음악감독)과 유태계 미국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공연 취소를 통보해온 것.

지휘자 예프게니 스베틀라노프와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는 런던필과의 협연을 각각 취소했다. 브론프만은 당분간 해외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코치슈는 앞으로는 비행기를 절대 타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트는 데일리 텔리그라프에 기고한 칼럼 '용기를 보여주어야 할 때'에서 연주여행을 취소하는 음악가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공연 취소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예술가의 본분을 저버린 처사라는 것.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은 73년 욤키푸르 전쟁 중 부상자 위문공연을 위해 이스라엘을 찾았고, 걸프전이 발발하자 텔아비브로 날아가 방독면을 착용하고 리허설을 강행했다.

국내의 경우 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 첼리스트 니나 코토바의 내한공연이 취소됐고 오는 27~28일 서울.부산 공연이 예정돼 있던 팝그룹'이글스'는 공연을 12월로 연기했다. 라모어.코토바는 공항 폐쇄, 이글스는 테러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이스라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와 비르투오지 앙상블의 내한공연(16일 예술의전당.02-598-8277)은 한때 텔아비브 공항이 폐쇄돼 취소될 뻔했으나 항공기 운항이 재개돼 예정대로 열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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