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현직 사무총장으론 첫 수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백주년을 맞는 노벨 평화상을 유엔과 함께 공동 수상한 코피 아난 (63)유엔 사무총장은 1962년 이후 줄곧 유엔에서 활동한 골수 '유엔 맨'이다.

노벨 평화상 1백년 역사상 유엔 산하 기구는 지금까지 세차례 수상했으나 유엔이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또 다그 하마르스키올드 전 유엔총장을 비롯해 두명의 유엔 관리가 수상했지만 현직 사무총장으로서는 코피 아난이 처음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2일 수상 이유를 밝히면서 유엔과 아난 사무총장이 더욱 체계화되고 평화스런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아난 총장은 미국 MIT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6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산담당관으로 유엔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유엔 기구와 사무국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실무 유엔 관료형으로 평가를 받았다.

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는 유엔총장 특사로 이라크에 억류된 서방 인질 9백여명의 석방을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유엔 진출 35년 만인 97년 1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 후임으로 유엔 직원 출신 중 최초의 사무총장이 됐다.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엎고 사무총장이 된 탓에 '워싱턴의 인물'이란 지적도 있었으나 지난 5년간 이런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평가다.

아난 총장은 지난 5년간 유엔을 이끌면서 유엔 개혁 외에도 에이즈와 빈곤 퇴치 운동, 동티모르.코소보 등의 지역분쟁 중재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유엔과 아난 총장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한달 전 발생한 초유의 테러사건과 미국의 공습사건에서 보듯 이번 상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큰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난 총장은 스웨덴 출신의 변호사이자 화가인 부인 네인 여사와 3명의 자녀가 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