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한국 주식 정 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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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한국 기업에 투자한 개인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가까운 장래에 “일본에서 상당히 큰 기업 인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당장 다음 주 월요일 100억 달러짜리 인수합병(M&A) 제의를 받아도 ‘예스’라고 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초대형 M&A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메리어트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02~2004년 개인 펀드를 통해 20개의 한국 기업 주식을 샀다”며 “그러나 지금은 다 정리하고 한 종목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한국 기업 주식은 1997년 외환위기 영향으로 내재가치에 비해 가격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쌌다”며 “개인 펀드에 편입한 종목 21개 중 한국 주식이 20개였고 나머지 한 개만 미국 주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다른 한국 기업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2008년 개인적으로 한국 기업 한 곳에 추가로 투자했으며 몇몇 업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던 지난해의 언급과는 상당히 달라진 반응이다.

버핏은 다만 개인 펀드와 별도로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포스코에 대해선 “100% 만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찰리 멍거 부회장도 “포스코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지원받았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가 됐다”며 “경영도 더 이상 개선할 게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버핏은 이날 한국과 달리 일본·중국에 대해선 강한 투자 의지를 보였다. 그는 “5~10년 혹은 5~10개월 안에 일본에서 상당히 큰 인수 건을 기대하고 있다”며 “자회사인 이스카 메탈워킹의 에이턴 베르트하이머 회장과 내년 3월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카는 2006년 버크셔 해서웨이가 해외 투자로는 가장 큰 액수인 4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이스라엘 공구업체다. 이 회사 베르트하이머 회장은 버핏의 가장 유력한 해외 투자 조언자로서 버핏이 해외 투자처를 물색하러 여행할 때 늘 동행한다. 이스카는 2008년 일본 공구업체 텅갈로이를 인수했다.

버핏은 중국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제야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기 시작한 10억 명의 인구가 있다는 게 중국의 강점”이라며 “제2의 빌 게이츠를 배출할 가장 유력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멍거도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와 자본주의 경제 정책을 융합한 특이한 국가”라며 “이 체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건 공학 지식을 가진 실용주의 지도자가 계속 배출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멍거는 그러나 “부패와 도박을 좋아하는 사회 분위기가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중국이 번영하기 위해선 싱가포르처럼 부패를 과감하게 척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오마하(네브래스카주)=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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