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댐방류로 임진강하류 물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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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지난 3월 임진강 상류 북방한계선 부근에 건설한 '4월 5일댐'의 물을 갑자기 방류하는 바람에 경기도 파주.연천 지역 임진강 하류 일부 지역이 때아닌 물난리를 겪었다.

이로 인해 어구(漁具)가 망가지고 고깃배들이 떠내려가는 등 3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11일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임진강 하류의 평균 수위가 지난 10일 오후 8시쯤 급상승하기 시작, 한시간 동안 1.75m나 올랐다.

특히 연천군 군남면 임진강 관측소 수위는 이날 오후 8시 0.5m였으나 오후 9시에는 2.25m로 급격히 불어난 뒤 11일 오전 1시 3.25m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에도 2.2m 가량을 유지했다.

◇ 수위 상승 원인=파주시 장석진(張錫鎭.38)어촌계장은 "10일 밤에서 11일 새벽 사이 파주와 연천 일대 임진강 전구간에 갑자기 장마라도 진 듯 엄청난 흙탕물이 밀려내려왔다"고 말했다.

10~11일 이틀 동안 임진강 일대의 강우량은 연천 38㎜.파주 7㎜로 수위 상승에 큰 영향을 줄 상황은 아니었다.이에 따라 파주시는 임진강 상류 북측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자 북한측이 '4월 5일댐'의 수문을 일시에 열어 하류 지역의 유량이 급격히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어민 피해=갑작스레 불어난 흙탕물이 임진강 하류를 덮치는 바람에 어부들이 임진강에 설치한 각종 그물과 통발 등 어구 대부분이 물에 떠내려가거나 망가지는 피해를 보았다.

또 연천군 중면.군남면, 파주시 적성면 등 선착장 여덟곳에 묶여 있던 0.5t급 어선 16척이 세찬 물살에 떠내려가 14척은 되찾았으나 두척은 실종됐다. 연천군 중면~파주시 문산읍간 임진강에서 고기잡이로 살아가는 어부는 1백여명에 이른다.

이밖에 파주시 적성면 두리.가월리, 연천군 군남면 진상리 일대 강가에서 행락객 3백여명이 텐트나 차량을 버리고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 주민 우려 및 정부 대책=북한측의 댐 건설 이후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려 오던 임진강 주변 연천.파주 주민들은 "우려가 드디어 현실로 나타났다"며 술렁이고 있다.

민선근(閔仙根.52.파주시 파평면 덕천리)씨는 "북한측의 댐 수문 개방 사실을 미리 통보받았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만의 하나 불순한 의도에서 댐을 이용할 경우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연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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