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들 '어른 존경심' 17국중 꼴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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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 중 한국 청소년들의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아태지역 사무소(태국 소재)가 올초 중국.오스트레일리아.홍콩 등 아태지역 17개 국가 1만73명의 청소년(만 9~17세.한국 5백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한 결과다.

교사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숫자도 꼴찌를 기록, 온갖 권위가 무너진 한국의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존경할 대상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어른들을 매우 존경한다'는 응답은 13%로 17개국 중 꼴찌고, 17개국 평균 72%를 크게 밑돌았다.

한국 다음으로 어른 존경심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된 홍콩조차 39%를 기록, 다른 나라 청소년들과의 의식격차가 두드러졌다.

'어른을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로 17개국 평균 2%의 열배에 달했다.

'권위있는 사람을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고 답한 청소년은 52%, 반대로 '매우 존경한다'는 응답은 5%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중 권위있는 인물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청소년들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21%)를 꼽았고 둘째로 어머니(13%)를 들었다. 가수.배우(12%)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선생님을 역할모델로 삼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17개국 평균 비율은 5%.

'항상 행복하다'고 답한 청소년은 38%로 17개국 평균 52%에 크게 뒤졌다. 한국보다 행복하다는 응답이 적거나 비슷한 국가는 캄보디아.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 등 7개국뿐.

한국 청소년들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지만(35%) 꾸지람을 듣거나(28%) 학교에서 잘못했을 때(22%)는 슬프다고 답했다.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들은 꾸중하거나(76%) 이야기.충고를 하고(25%) 구타를 했으며(22%) 방관하는 경우(3%)도 있었다(복수응답).

꾸중의 빈도는 17개국 평균(67%)보다 높았고 충고는 평균(39%)보다 많이 떨어져 다른 나라에 비해 대화로 풀어가는 노력이 모자라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생각이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52%로 3위다. 평균은 40%였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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