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서울은행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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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금융전업 그룹에의 매각을 공식적으로 준비하겠다."

강정원(사진) 서울은행장의 임무가 바뀌었다.

姜행장은 지난해 6월 서울은행의 해외 매각을 위해 영입됐다. 그러나 1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도이체방크 캐피털 파트너스(DBCP)와의 매각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해외 매각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그럼에도 정부는 姜행장에게 계속 서울은행의 사령탑을 맡겨 국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姜행장은 이날 금융전업 그룹에의 매각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해외 매각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없으며 우리금융지주회사에의 편입, 조흥.외환 등 다른 은행과의 합병 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자회사로 인수되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우선 금융전업 그룹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전업그룹이란 은행.증권.카드 등 금융업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를 넘는 대기업 집단으로 현재 교보.동양.동원 등이 여기에 해당되거나 근접해 있는 상태다.

DBCP와의 협상이 깨진 원인에 대해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서울은행의 현 상태에 대해선 "매력있는 물건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은행에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5조6천억원. 그러나 지난달 말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장부를 거의 정리한 결과 부실채권 비율이 4%를 밑도는 상황이어서 누가 인수하더라도 크게 까먹을 게 없는 상태라고 姜행장은 강조했다. 기업대출과 개인대출의 비율도 취임 당시 8대2에서 5.5대4.5로 개선되었다는 것.

姜행장은 영업력도 회복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가장 안정적인 자산이기 때문에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론)을 지난해 말 7천억원에서 9월말 2조1천억원으로 늘린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미은행이 같은 기간 1조4천억원에서 1조9천억원으로 늘리는 데 그쳤고, 주택담보대출을 일찍이 시작한 제일은행의 잔액이 1조1천억원인 점과 비교하면 서울은행의 잠재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姜행장은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4월 금융감독원 검사에서도 구조조정이 잘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대답했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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