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모·중풍 아내 10년째 수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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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대판 고려장이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83세의 지체장애 노인이 치매에 걸린 1백2세의 노모와 병석에 누운 부인(82)을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어 뭇사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에 사는 이진형(李鎭衡)할아버지는 느긋하게 손자들의 재롱을 즐길 나이지만 하루하루가 마냥 바쁘기만 하다. 李할아버지는 매일 오전 5~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 빨래와 설거지.집안청소도 모두 그의 몫.

李할아버지가 노모의 수발을 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초.

노모를 돌보던 부인이 중풍으로 쓰러진 데다 5남1녀의 자식들이 모두 서울.부산 등 외지로 나가 있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 치매증세를 보인 노모는 올 봄 화장실을 다녀오다 넘어져 다친 뒤로는 아예 자리에 누워 지낸다. 부인도 늘 누워있기 때문에 욕창이 생길까봐 2~3일마다 목욕을 시켜주고 있다.

자식이 많지만 한번도 기댈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모두들 형편이 뻔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종종 "집에 들르겠다"고 연락하면 "차비라도 아끼라"며 오히려 만류할 정도다. 생활비는 정부지원금과 자녀들이 부쳐주는 돈 등을 합쳐 한달 40여만원이 전부.

그래도 李할아버지는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 또한 관절염을 앓는 지체장애인(6급)이지만 어머니와 아내를 돌보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는 생각에서다.

李할아버지는 "군것질을 좋아하는 노모와 아내에게 과일.사탕 한번 맘껏 사다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힘있는 데까지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李할아버지는 이같은 정성이 알려져 오는 25일 전북도에 의해 '올해의 자랑스런 전북인 대상'에서 효열상을 받는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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