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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분야 대중서 시리즈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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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1세기 첨단기술들이 대중적 감각의 출판사 김영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

한국공학기술계 최고의 두뇌집단인 한국공학한림원의 이기준 회장(서울대 총장)과 김영사의 박은주 사장은 지난달 말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나 '대중을 위한 공학 시리즈' 출판 계약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주제와 저자를 선별,1년간 최소 10권의 책을 발간하고 결과에 따라 계약을 연장키로 했다. 공학분야의 대중서가 시리즈로 기획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 방향은 무엇보다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공학 이야기'로 잡았다. 즉 공학기술 속에 담긴 엔지니어들의 삶을 통해 공학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 휴머니즘을 명확히 인식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공학기술의 현재와 가능성을 진단하고 그 맥을 짚어주며, 한국인들의 활약상을 집중 발굴하고, 또 다른 학문들과의 관련성도 보여줄 계획이다.'21세기를 지배하는 10대 공학기술''세계가 놀란 한국반도체 산업 발전사''전통 속의 첨단공학, 한국의 기술문화유산''한국을 바꾼 위대한 엔지니어들' 등이 바로 내년 3월에 처음 출간될 책들의 주제다.

이밖에『로보사피엔스』.『알쏭달쏭한 양자컴퓨터의 세계』 등, 소개할 만하지만 국내 연구자가 별로 없는 세부 분야의 번역서도 함께 내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한림원측이 먼저 제의해 이뤄졌다. 올 4월 대덕전자 김정식 회장이 기탁한 1억원의 문화사업기금의 활용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결과, 책을 내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것.

첨단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현실과 대조적으로, 최근 5년간 이공대 진학자들의 수가 43%에서 29%로 감소하고 기업들도 구조조정 때면 기술인력을 가장 먼저 감축하는 등 공학분야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출판사들을 물색한 결과 1980년대 말 『재미있는 물리여행』을 출간해 대중과학서의 물꼬를 튼 이래 과학 관련 교양서들을 꾸준히 내고 있는 김영사가 물망에 올랐다. 더군다나 박은주 사장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수학과 컴퓨터를 전공한 공학도. 박사장도 이 제의를 흔쾌히 받았다.

"한림원에서 권당 1천만원을 지원해줄 예정이지만, 권당 3천만~4천만원씩 되는 제작비를 생각하면 수익면에선 위험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림원으로선 '대중'을 위해 쉽지 않은 결단을 한 것이고, 저희에겐 믿을 만한 전문집단과 함께 공학기술분야의 대중서를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꼈습니다.

일반 자연과학.수학.생물학 분야의 대중서들은 이제 사이언스북스나 경문사.승산.궁리 등의 출판사에서도 좋은 책들을 많이 내고 있지만 공학은 완전히 미개척분야거든요."

난이도는 중등교육 이상의 기초지식과 관심이 있다면 읽을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문제는 일반 과학이나 역사분야 대중서 기획에서도 지적돼온 국내 필자의 빈곤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사장은 이에 대해 희망적이다. "국내 학자들은 '대중적 글쓰기'에 익숙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저희 출판사의 노하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저자들과 충분히 협의하는 한도에서 저희도 대중들이 재미있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획.제작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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