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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박용남씨 개인전 열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레고 장난감, 먹다남긴 사발면, 바람빠진 풍선, 채소밭에서 막 뽑아낸 파, 탐스러운 피망.

18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박용남(38)씨의 개인전은 통상적으로 조각의 소재가 되지않는 일상적인 사물을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출품작 20여점은 족발.누드김밥.케이크.단추.소파 등을 포함, '별의미 없는 대상'을 힘들여 재현해 놓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돌조각으로 바꿔본 일상의 풍경이랄까.

작업은 머릿속에서 관념의 세계를 그려낸 뒤 조각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통상의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 "대리석의 모양.색깔을 보고 그것으로 형상화하기 좋은 사물을 그로부터 끄집어 낸다."

그 대상이 하필 일상의 사물인데 대해 작가는"아이들이 자라면서 주위의 사소한 사물에 점차 눈길이 많이 가기 시작했다"고 간략하게 말하고 있다.

평론가 박영택씨는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사물들의 피부가 딱딱하고 차가운 돌덩어리로 바뀌는 순간, 익숙한 세계와 사물은 낯설게 보이고 때로는 영원히 썩지않는 아름다운 악몽으로 변화한다"고 말하고 "그의 상상력과 감성은 길들여진 시선에 보내는 야유이자 한국 조각의 권위와 고정관념에 보내는 무언의 항거로 비친다"고 해설했다.

작가는 홍익대와 이탈리아 국립 카라라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지난해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석조부문 2등상을 받았다. 02-549-7574.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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