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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FTA, 치밀하고 착실하게 추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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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 주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미래를 감안해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속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FTA 절차를 촉진하자”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양국 간의 FTA 공동 연구를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하고 협상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아직 협상 착수 시기를 예단할 수 없지만 FTA 협상이 머지않아 시작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양국 지도부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이 대통령은 해외 인터뷰에서 한·중 FTA 카드를 꺼내며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을 압박했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중국이 급성장하는 만큼 능동적으로, 효과적으로 대비하자”며 한·중 FTA의 구체적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후 주석은 물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도 틈만 나면 양국의 FTA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은 1410억 달러로 한국 전체 교역액의 20.5%를 차지한다. 일본(10.4%)과 미국(9.7%)을 합친 것보다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국내총생산(GDP)이 2.44~3.17%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TA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선진국 시장이 정체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아시아 시장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초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FTA를 발효했고, 홍콩·마카오·대만과의 경제 통합도 시도하고 있다. 갈수록 한·중 FTA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중 FTA는 파괴력이 큰 만큼 예민한 사안이다. 두 나라의 산업구조부터 판이하게 다르다. 양국의 FTA 산·관·학 공동 연구가 3년째 겉돈 것도 이 때문이다. 양국 산업계도 업종별 명암에 따라 극심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선 농업과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양국 간 인력 이동이 이슈가 되면 한의사 등 이해집단들의 반발도 불보듯 뻔하다. 한·미 FTA가 정치적 이유로 홍역을 치렀다면, 한·중 FTA는 우리의 내부 협상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양국 정상이 교감한 것처럼 한·중 FTA는 치밀하고 착실하게 추진돼야 한다. 국내 내부 협상의 진통을 해소하려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전 준비에 공을 들여 민간 품목에 대한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중 FTA는 일괄타결을 서두르기보다 단계적인 협상 방식이 바람직할 수 있다. 우선 낮은 수준의 경제 자유화에 합의해 실질적인 산업 피해를 줄인 뒤, 협상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것이다. 누구도 한·중 FTA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2007년 기준으로 대중 수출 품목의 80% 이상이 비관세 장벽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한·중 FTA 체결의 당위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만큼 다른 FTA보다 훨씬 치밀하고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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