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안개경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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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 개시는 세계 경제에 속시원한 소식이 될 수도 있다. 언제 단행될까 초조하게 지켜보던 불안감이 걷힌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과 같이 시장은 오히려 막연한 전쟁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앞으로 미국 경기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생산성 지표와 장기 금리 동향, 유럽 및 일본 경제를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 생산성 높아질까=미국이 1990년대 이후 장기 호황을 누린 것은 무엇보다 노동생산성(노동시간당 생산실적)이 꾸준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분야를 중심으로 한 기술발달로 생산성이 계속 향상되면서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물가 걱정없이 소득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올들어 과잉생산에 직면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인 결과 노동생산성도 하락했다. 1분기 미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전분기보다 3.6%(연율 환산)나 떨어졌다.

기업들이 인력과 경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2분기에는 생산성이 약간 올라갔다. 그러나 이번 테러참사로 생산성은 다시 후퇴할 위기에 처했다. 뜻하지 않은 비용지출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보험료와 보안, 컴퓨터 백업 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도 자국 정부의 돈세탁 방지 등에 협조하느라 비용이 늘게 됐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조금만 떨어진 뒤 다시 상승한다면 경기회복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 장기금리 안정될까=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들어 아홉번이나 금리를 내리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주택시장이다. 민간소비 중 주택부문의 경기 파급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주택담보 장기 대출금리의 하락은 주택경기를 자극해 전체 경기를 떠받치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늘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FRB는 미국 가정이 자동차 등 다른 소비지출도 늘리길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유도하기 위해선 장기금리가 상당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린스펀이 과다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반대하는 이유도 자칫 장기금리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장기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는 것은 그만큼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활기를 되찾아가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 유럽.일본 경제 전망은=유럽과 일본은 미국 경기의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쪽으로 이미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들어 잇따라 금리를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소극적이다. 경기부양보다는 물가안정이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황은 더욱 걱정이다. 부진한 구조조정과 뒷북치기식 정책으로 경기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취약한 일본의 금융체계가 무너진다면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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