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부정부패는 국가권력 사유화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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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8일 국회 대표연설의 주제는 국정쇄신과 국론통합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이용호 게이트'를 예로 들며 "권력형 부정부패는 끝이 없고 국가권력은 사유화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그는 이용호씨 사건을 "국가권력이 폭력조직과 결탁해 국기(國基)를 뒤흔든 사태"라고 규정하고 "이 사태만큼은 정치생명을 걸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바로잡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李총재 측근은 "언어 선택에 신중한 李총재가 그렇게 강한 표현을 쓴 것은 드문 일로,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악화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李총재의 연설 직후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낸 것도 李총재의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李총재는 "(여권의) 인적(人的)쇄신이 국정쇄신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극심한 지역편중 인사, 정실인사가 부정부패의 원인"이라면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론분열 현상도 지적하면서 "언론자유 억압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선 KAL기 폭파사건 사과와 테러리즘 근절을 요구하면서도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에는 협력할 것임을 밝혔다. "보수뿐 아니라 일부 진보세력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李총재는 이날 새벽 미국의 공습이 시작됨에 따라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내용을 대폭 보강해 연설의 맨 앞에 세웠다.

李총재측은 공습 1시간 전인 0시30분쯤 미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정부가 한나라당에는 오전 6시30분쯤 간단한 팩스 문건만으로 상황을 알려온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이상일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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