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동이름 30% 일제때 지명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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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의 동(洞)이름 10개 중 3개꼴로 우리 고유의 명칭이 아닌 일본식 지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말 쓰기에 앞장 서고 있는 한국땅이름학회(회장 배우리)가 8일 발표한 '서울 지명 현황'에 따르면 종로.서대문구 등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8개구의 4백70개동 중 31.1%인 1백46개동이 일제 때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종로구의 경우 87개동 가운데 53개동(60.9%)이 일본식 지명이었다.

종로구 관수동의 경우 넓은 다리(板橋)라는 의미의 '너더리'로 불리던 것을 일제가 청계천의 흐름을 살피는 곳이란 뜻의 관수동(觀水洞)으로 바꾼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잣골'로 불리던 동숭동도 일제가 행정편의를 위해 숭교방(조선시대 행정구역)의 동쪽이란 뜻의 동숭동(東崇洞)으로 개명했다는 것이다. 전통거리인 인사동(仁寺洞)도 큰 절(원각사)옆에 있는 동네란 뜻의 대사동(大寺洞)이 더 적절하다고 학회는 주장했다.

배우리 회장은 "한강 중지도(中之島)는 공식적으로 노들섬,인왕산의 한자표기는 '仁旺山'에서 '日'을 뺀 '仁王山'으로 표기키로 했으나 행정기관에서조차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동명을 바꾸면 65개 관계법령에 따른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처럼 엄청난 행정수요와 혼란이 있어 개명은 어렵지만 지하철역 등 새로 생기는 시설물에는 최대한 고유지명을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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