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포항시청클럽팀…밤에만 손발 맞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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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2001 서울은행 FA(축구협회)컵 대회에서 순수 아마추어팀인 포항시청축구클럽이 엘리트 대학팀들을 연파하고 2라운드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운동장에서 땀흘린 포항시청클럽 선수들은 지난 6일 한성대를 2-1로 꺾은데 이어 8일 김천보조구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용인대마저 3-0으로 대파했다.

◇ 최연장자팀

포항시청클럽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7개 아마추어팀 가운데 1950년대생 선수를 보유한 유일한 팀이다. 그것도 세 명이나 된다. 최연장자인 황기열(44)씨는 57년생으로 아들이 올해 고3이다.

최연소 동료인 79년생 백기태(22)씨와는 스물두살 차이. 아버지와 아들 뻘이다. 황씨 외에도 80년대 한일은행과 포항제철에서 각각 선수생활을 했던 58년생 김세일(43)씨와 59년생 유순열(42)씨도 '노익장'을 과시 중이다. 특히 유씨는 지난 6일 경기 후반전에 투입돼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기염을 토했다.

◇ 직업도 갖가지

우선 '시청'이름이 붙은 데서 알 수 있듯 네 명의 시청 공무원이 있다. 나영조 감독은 포항시청 예술문화회관 관리담당 계장이다.

양춘헌.천세익.김주환씨도 시청에서 일한다. 팀의 안살림을 도맡아 챙기는 유순열씨는 현재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구단 프런트다. 선수들을 챙기는 선수지원 과장을 맡고 있으며, 김세일씨는 여행사를 운영 중이다. 선수 출신 가운데는 현역 지도자들도 많다.

프로축구 포항에서 11년간 활약하다 은퇴한 공문배씨와 골키퍼 김일진씨는 각각 포철중 감독과 코치다. 또 백기태씨는 포철동초등학교에서, 이성천씨는 항도여중에서 코치로 활약 중이다.

◇ 이겼더니 경사났네

팀의 '네이밍 스폰서' 포항시청은 대회 직전 '엘리트팀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하는 생각으로 1승이라도 거둔다면 포항시청 실업팀을 창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팀이 승리를 거뒀고, 후배들이 갈 길이 넓어졌다는 생각에 뿌듯해 하고 있다.

게다가 팀의 단장을 맡고 있는 김녹은 포항시 생활축구연합회 회장이 선수들의 선전을 치하하는 뜻에서 승리수당까지 돌렸다. 이겨서 기분좋은 선수들은 주머니까지 넉넉해지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한편 프로팀이 합류하는 2라운드 진출팀으로는 포항시청축구클럽 외에 현대미포조선.한국철도.서울시청.강릉시청.상무(이상 실업).관동대.동아대.광운대.연세대.건국대.한남대.충북대.고려대.숭실대.울산대(이상 대학) 등 16개팀이 확정됐다.

김천=장혜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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