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 전 미국 동아태차관보 "테러대전 1년 넘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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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은 1년 이상 지속될 것입니다."

윌리엄 클라크(70)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8일 이번 전쟁은 정보전과 게릴라전이 혼합된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클라크는 한국전략문제연구소(소장 洪晟太)가 공동 주관하는 제7차 동북아 제한적 비핵지대 안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의 공격 목표는.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그의 테러 네트워크를 분쇄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라덴의 배후 세력인 탈레반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워싱턴은 라덴이 테러를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인가.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한 베트남전의 뼈아픈 교훈을 기억하고 있다. 또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인 소련의 경험도 잘 알고 있다.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쟁은 정보전과 테러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노력, 그리고 게릴라전이 어우러진 '저(低)강도 전쟁'의 양상을 띨 것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자칫 2차 테러를 야기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테러의 공포에 굴복하는 것은 결코 좋은 대응책이 아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를 과대평가하면 안된다. 라덴이 이끄는 테러집단은 이슬람권에서도 부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극렬 과격집단일 뿐이다."

-한국은 병참 및 의료지원 의사를 표시했다. 충분한 수준인가.

"이번 전쟁은 전투병이 파병된 베트남전과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으며 지원 의사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테러 사태로 북.미 관계 개선이 지연되지 않을까.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아웅산 사태 같은 테러를 저질렀던 북한은 여전히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돼 있다. 미국은 북한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말로만 테러에 반대한다고 하지 말고 경의선 복원, 이산가족 상봉 등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하기 나름이다."

-일본이 이번 사태를 자신들의 우경화 정책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일본은 걸프전 때 돈만 많이 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이번 대응에는 그런 비판을 감안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은 2차대전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 같은 우경화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은 일본이 국제적인 대 테러동맹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허용한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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