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고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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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중앙의 집을 공격당하다

제5보 (99~127)=유창혁9단은 확실히 독특한 존재다. 다른 일류들, 조훈현.조치훈.서봉수9단 등이 안전한 실리파인데 비해 그는 확률이 적은 공격바둑을 구사한다.

또 이창호9단까지 포함해 대부분의 일류가 비관파에 속하는데 劉9단은 혼자 낙관적인 대세관을 지녔다. 비관파들은 대체로 끈기가 좋다. 劉9단은 뒷심이 약한데 이것은 낙관파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인 것일까.

99를 선수하고 101로 에워싼다. 고노린6단. 그는 강력한 상대를 앞에 두고도 잘 버티고 있다. 劉9단도 긴장을 풀지 않는다.

백집은 상변이 33집이고 우하에 10집, 좌변에 여섯집쯤 있다. 중앙은 엷긴 하지만 102가 선수여서 공격당할 일은 없는 돌. 덤까지 대략 55집이 확보된 셈이다.

따라서 하변 흑집을 A쯤 푹 들어가 깨버리면 당장에 큰 폭의 우세를 잡겠지만 중앙도 약한 터라 그건 아무래도 위험해 보인다. 그렇다고 다 지어주면 45집까지 날 것 같다. 우상의 10집에 좌변과 중앙에도 집이 있어 다 지어준다면 백도 걱정이다.

劉9단은 그러나 108,112로 태연히 집을 지어준다. 중앙을 두텁게 하고 120의 요소를 차지하면 백집도 늘어나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과연 이 계산은 훌륭했다. 하지만 114로 붙여 119까지 교환한 수순이 검토실의 비난을 받았다. 117, 119에 흑돌이 놓이면서 중앙이 엷어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고노린6단은 125, 127로 중앙을 통렬히 끊어왔다. 승부의 기로다. 백의 중앙은 집이 될 수도 있고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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