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음악 평론가 김동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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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관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할 뻔했습니다. 음악대도 나오지 않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에게 무대를 내준 일이 한번도 없다나요. 그래서 즉석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려줘 통과했지요. "

음악평론가 김동준(31)씨가 피아니스트로 공식 데뷔한다. 오는 20일 문화일보홀에서 '슈베르트에게 바침' 리사이틀을 한다.

그는 평소 슈베르트의 작품을 즐겨 연주한다.

金씨는 하이텔의 클래식 피아노 연구회를 이끌면서 1998년 음반 매장 등에서 피아노 듀오 무대를 꾸몄고 음악감상실 등에서 성악 반주를 맡은 적은 있으나 공개 독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 '나도 피아노쯤은 칠 줄 아는 음악평론가' 라고 큰소리를 치려고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연주하는 것뿐이에요. 독주회를 한다니까 '이번엔 내가 평을 쓰겠다' 고 나선 피아니스트들도 있어요. "

열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부모의 반대로 1년 만에 음악가의 꿈을 접어야 했다.

국민대 조형대 공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한 그가 피아노를 독학하기 시작한 것은 90년. 방학 때는 집 근처에 있는 경원대 음대 연습실에서 하루종일 살다시피 했다.

"연습실은 24시간 동안 개방됐어요. 처음엔 가짜 학생이라고 쫓겨날 뻔했지요. 피아니스트들의 무대 리허설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

피아노에 흠뻑 빠져 입학한 지 10년 만에야 대학 졸업장을 받은 그는 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음악평론 부문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음악세계' 로 당선, 음악평론가로 공식 데뷔했다.

92년 이후 백건우씨의 국내 공연에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었다.

"음악계는 스타 연주자 위주의 상업주의에 빠져 있어요. 국내 연주자들도 경력 쌓기에 급급한 데서 벗어나 청중과 함께 호흡해야 합니다. "

KBS-1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의 작가로도 활동한 金씨는 비올라 전문 계간지 '올라 비올라' 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음악 월간지에 음악평론과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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