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북한 겁주기 나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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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군 B-1.B-52 장거리 폭격기들이 22~23일 태평양 해상과 하와이 부근에서 움직이는 목표물을 스마트폭탄의 일종인 합동직격탄(JDAM) 등으로 훈련을 처음 실시한다. 로이터통신은 18일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를 인용, 이같이 전하면서 "재선에 성공한 부시 행정부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겁주기에 나선 것 같다"고 보도했다.

JDAM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유도돼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지난해 이라크 육상 전투에서 강력한 파괴력과 정확도를 입증했다. 해상에서의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1000만달러가 들어가는 이번 훈련의 명칭은'귀결된 분노'(Resultant Fury). 괌에서 B-52, 텍사스에서 B-1 폭격기가 논스톱으로 날아오고 조기경보기(AWACS) 등도 참가한다. 23일에는 원격무선장치로 조종되는 예인선이 끄는 해상기지를, 둘째 날에는 2001년 퇴역한 미 해군 유조선을 폭격한다.

태평양 공군사령부 대변인은 "특정 국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거나 특정 사안과 연관된 것이 아니다"며 "최근 개발한 기술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의 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 니컬러스 에버슈타트는 "이번 훈련은 북한 주변에 비외교적인 올가미를 조이는 것으로 그다지 비밀스러운 메시지가 아니다"면서 '대북 압박용'이라고 단정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북한은 자신들의 핵 문제로 지역 내 긴장이 높아지는 와중에 '미국의 전쟁 게임'을 비난해 왔지만 이번 훈련에 따라 스스로 교훈을 얻게 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미 행정부는 북한.이란 등 '악의 축'들이 핵기술.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는 것을 적극 막겠다고 공언해 왔다. 따라서 이번 훈련은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기술의 밀수출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태평양 공군사령부의 무기.전술 책임자 에리어슨이 "이번 훈련은 미군이 적 해군.테러리스트.해적들의 선박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이를 시사하고 있다.

◆ JDAM(Joint Direct Attact Munition)이란=지하동굴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 등의 공격을 위해서는 동굴파괴탄(벙커버스터)과 함께 JDAM이 필요하다. JDAM은 대공포탄이 닿지 않는 1만1000m 상공에서 투하해도 목표물을 오차 범위 13m 내에서 정확히 폭파할 수 있다. GPS와 관성항법장치(INS)가 부착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군사위성에서 보내온 위치 정보를 감지해 목표물을 쫓아가 파괴한다. 오차가 큰 재래식 비유도 자유낙하 폭탄보다 정확도가 높아 '스마트 폭탄'으로 불린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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