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 매우 잘 견뎌내 신용등급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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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은 안정적이며, 앞으로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폴 코글린(사진) 부사장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 이번 금융위기를 매우 잘 견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S&P의 글로벌 기업·국가 신용평가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전 수준(A1)으로 올렸다. 이에 비해 S&P는 2005년 7월 이후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AA-)보다 두 단계나 낮다.

코글린 부사장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일부 취약점이 있지만 긍정적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보는 한국의 취약점은 민간부문의 부채비율과 북한 리스크다.

그는 “높은 부채비율은 금융시스템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북한과 관련해선 최근 같은 사건(천안함 침몰)이나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요인은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겠지만 압도적인 요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S&P는 최근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려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위기가 이미 불거진 상황에서 신용평가사들이 뒷북을 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코글린 부사장은 “우리는 정확히 현실의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반영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생상품에 후한 신용등급을 남발했던 점에 대해선 “우리 스스로도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07~2009년 S&P가 최고등급(AAA)을 준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부도율은 22%나 된다. 코글린 부사장은 “금융위기 이후 CDO 같은 구조화금융상품의 평가기준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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