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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큰 꿈 품은 인재들아, 바쁘게 일하면 지는 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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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슬랙
톰 드마르코 지음
류한척·이병철
황재선 옮김
306쪽, 1만3800원

회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한 회사 대표에게는 이 책이 많이 불편할 수 있겠다. 그런 회사에서는 절대로 듣고 싶어하지 않을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뉴욕과 런던에서 사무실을 두고 있는 컨설팅 회사 애틀란틱 시스템스 길드의 대표인 저자가 이제는 효율성이 아니라 유연성이라며 ‘(중간관리자)구조조정’이나 ‘빨리빨리’ 전략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저자가 조직의 민첩성과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슬랙’(slack·‘느슨한’이란 뜻)이다. 그는 지식 노동자들에게 ‘바쁘지 않은 시간’이야 말로 ‘재창조가 일어나는 시간’이라 강조한다. 애플, IBM, 루슨트 등의 여러 기업의 내부에서 컨설팅을 한 경험에 따르면, 바쁘게 일하는 것과 성공은 서로 상관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회사의 직원들이 느긋하지만 에너지가 강력하단다.

지은이에 따르면, 기업이 인력의 수를 줄이고 그들이 하던 일을 남은 인력이 나누어 하도록 하는 ‘구조조정’의 이익은 환상에 불과하다. 숨겨진 ‘작업전환 비용’이 과도하게 분할된 조직의 인적자원을 몽땅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작업전환 비용이란, 새 일을 떠맡게 된 인력이 작업 전환에 들이는 시간과 몰입시간, 좌절(감정적 몰입 시간), 팀 결속 효과의 손실 등을 포함한 비용을 가리킨다.

저자는 또 호기심이 강하고, 용감하고, 권위에 기죽지 않는 직원들을 ‘이브’(성서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 같은 사람이야말로 창조적인 조직의 핵심이라는 뜻에서) 라고 부른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이브들이야말로 어느 정도 슬랙을 줘야 하는 대상임을 잊지 말란다.

이 밖에도 “장기간의 초과근무는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탁월한 기술” “기력을 소진한 직원들은 조직을 떠나거나 좀비(살아있는 시체)로 남는다” 등 흥미로운 대목이 적잖다. ‘여유’의 감정적인 가치 뿐만 아니라 경제적· 도덕적인 가치를 아는 우리 주변의 ‘이브들’에게 권한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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