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수상자 10명 의기투합…지난 5월 '청백봉사회' 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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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희 관내 도매시장에서 남는 야채를 수거해 고아.양로원 등 복지기관 39개소에 보냈습니다." (인천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 윤재영 유통팀장)

"저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야학 학생들에게 국어와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충북 제천시 청풍면 김석윤 면장)


지난해 청백봉사상을 받은 공무원 10명이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 17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음식점.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공무원 10명이 지난 1년 동안 자신들이 펼친 봉사활동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들은 청렴하고 성실하게 일한 공로로 지난해 청백봉사상을 받은 모범 공무원들이다. 상을 받은 후에도 "늘 봉사하겠다"며 지난 5월 '청백봉사회'라는 모임까지 만들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하다 보니 한 자리에 모이기는 어렵지만 수시로 e-메일과 전화를 통해 대민 봉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왔다.

이날 모임은 18일 오전에 제28회 청백봉사상을 받는 '후배'들을 함께 격려하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하지만 봉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이들이기에 대화 주제는 자연히 봉사로 옮겨갔다.

청백봉사회가 우선적으로 의견을 모은 분야는 북한 주민 돕기. 봉사회 총무를 맡은 이순영(38.여.경북 경산시 종합민원과)씨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연필이나 공책 같은 기본적인 학용품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북한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보내주는 활동을 돕기로 했다. 또 남한의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가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을 돕기 위해 1997년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에 세운 금강국수공장에도 작은 정성을 보태기로 했다.

이씨는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사업은 적은 돈으로도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추진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박봉의 공무원으로서 큰 돈을 내놓긴 어렵지만 어떻게든 북한 동포 지원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들은 이번 모임을 계기로 1년에 두번씩 각 회원들의 근무지를 돌아가면서 만나 봉사활동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해당 지역의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가 함께 땀을 흘리기로 했다.

18일 시상식이 끝난 후엔 서울시 고용안정과 정은영(51)씨의 제안에 따라 서울 청파1동 소재 '여성쉼터'를 방문해 여성 노숙자들을 위로했다. 내년 여름에는 봉사회 회장인 제주도 북제주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진흥과장 현용주(56)씨의 근무지를 찾아가기로 했다.

현씨는 "청백봉사상을 수상한 이후 수상의 기쁨보다는 앞으로 더 뜻깊은 봉사활동을 펼쳐야 겠다는 책임감이 무겁다"며 "봉사를 생활화하는 것이 우리 모임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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