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이용호 사건' 흐지부지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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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은 추석 연휴중인 지난달 30일 G&G그룹 회장 이용호씨의 로비스트역을 맡은 여운환(呂運桓)씨를 기소하면서 呂씨가 李씨로부터 받은 돈의 상당액을 착복했다는 내용을 범죄혐의에 추가했다.

검찰이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로비자금의 용처를 추적 중이기는 하지만 呂씨에 대한 의혹 중 부풀려진 것이 많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이다.

呂씨의 로비자금 용처는 이번 수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와 정치권 폭로로 증폭돼 온 '이용호 게이트' 의 각종 의혹 중 비교적 확실한 수사단서가 呂씨가 받은 로비자금이기 때문이다.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밝히다 보면 李씨측이 자신의 사업 확장과 수사 무마를 위해 정.관.검 유력자들의 도움을 받아왔다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

呂씨는 로비자금뿐 아니라 그동안 李씨측과 수십억원대의 돈 거래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로비자금이 실제로 정.관계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착복' 얘기부터 나오고 있으니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검찰간부의 李씨 비호의혹에 대한 감찰본부의 수사도 사법처리가 가능한 수준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소리만 요란하다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그렇게 끝내버리기에는 의혹이 너무 분명하고 많다.

부도로 신용불량 상태에 있던 李씨가 최근 2~3년 사이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점은 단순히 그의 능력으로 설명되기 힘들다. 주가조작.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주목받는 기업인' 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주장처럼 어려운 '선진금융기법' 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유력한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李씨가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금품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것이 '이용호 게이트' 의혹이다.

검찰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태산(泰山)명동(鳴動)에 서일필(鼠一匹)' 이 되어서는 안된다.

성호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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