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원대 최악상황 대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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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기업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고유가에 이어 환율 급락 사태까지 빚어지자 현대차 등 일부 기업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다시 손질하고 경비절감 계획을 세우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 급락으로 내수가 활성화될 수도 있지만 수출 둔화에 따른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환리스크 대책 골몰=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달러당 10원씩 떨어지면 200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연간 30조원 규모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 중 60%를 달러로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유럽 등 수출지역 다변화▶중대형 승용차.RV(레저용 차량) 등 고부가가치 모델 수출 확대▶유로화 등 수출국 화폐 결제 확대 등의 대응 전략을 세웠다.

또 현대차는 ▶임직원 골프 자제▶국내 출장 때 항공편 대신 고속철 이용▶해외 출장 기간과 인원 최소화▶통신 비용 10% 절감▶사내 에너지 절약안을 시행키로 했다.

삼성은 내년 경영 목표를 '초일류화 달성'으로 정하고 대외적으로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의 정신 재무장을 강조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비용절감에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올해 사상 최고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삼성SDI의 경우 겨울철 에너지 절감을 위해 임직원들에게 보온용 의류를 지급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LG전자는 금융팀.LG경제연구원 등 사내외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금융관리 위원회'를 구성해 환율 변동에 따른 여러 경영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환율 급락으로 외화 부채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당장 영업이익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환(換)리스크 관리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 내년도 사업계획도 수정=삼성은 통상 11월 중순에 확정했던 내년도 사업계획 확정을 이달 말로 늦췄다. 환율 폭락으로 경영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락세가 심상치 않아 구조본 재무팀은 예상 환율과 이에 따른 경영지침을 각 계열사에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달러당 900원대까지 내려가는 상황까지 감안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내수침체와 환율급락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다시 손질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외부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기업체질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LG전자.LG화학 등 계열사마다 내년도 사업 기준환율을 1000원대 이하로 가정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익재.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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