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항전태세] 카불외곽 겹겹의 진지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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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보복공격이 임박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초기 혼란상태를 빠르게 극복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탈레반은 군사.정치적 요충지인 수도 카불을 끝까지 사수한다는 방침 아래 이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 배치하는 등 응전 준비에 한창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4일(현지시간) 카불 등에서 강제 징집됐다가 도망친 군인들의 말을 인용, "탈레반 정권은 최근 카불 북부의 군사학교.호텔 등을 중심으로 참호.방공호 등을 갖춘 진지를 두겹으로 구축하고 강제 징집한 젊은이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고 전했다.

탈영병들은 "탈레반은 징집을 거부한 젊은이들을 총살할 정도로 병력 충원에 필사적" 이라며 "카불 최북단에 배치한 군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병력을 3~4시간씩 교체 투입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들은 "카불 사수에 투입된 병력은 일부 탈영병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성전(聖戰.지하드)을 부르짖으며 시간이 갈수록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고 전했다.

북부동맹의 장교 압둘 라힘은 "미국의 즉각적 공격은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탈레반 조직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며 "탈레반 지도자들이 '카불로 돌아가 성전에 대비하라' 고 하는 말이 먹혀들고 있는 것 같다" 고 전했다.

허름한 차림에 무장도 별 것이 아니게 비춰졌던 탈레반 군은 의외로 장비를 잘 갖췄으며, 특히 카불 주변엔 신형 무기들이 집중 배치되고 있다고 이들 탈영병은 전했다.

석달 전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쿤두드에서 이웃 50명과 함께 카불로 징집됐다가 최근 도망쳐 나온 칸 잔(24)은 "총기와 탱크는 모두 신형인데 외국에서 지원받은 것 같았으며 군인들을 실어 나르던 장갑차들도 대부분 새 것처럼 보였다" 고 전했다.

북부동맹의 한 사령관의 추산으론 카불방어에 투입된 탈레반 군은 4천~5천명선.

이중 상당수는 파키스탄인과 아랍인들이며 스팅어 미사일과 중국.러시아제 방공포로 무장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또 다른 북부동맹의 한 사령관은 "탈레반 군이 미군의 공습에 대비한다며 7대의 1백㎜ 대공포로 훈련하는 것을 봤다고 한 정보원이 전했다" 고 말했다.

카불 등에 잠입했던 반군 스파이 등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와해됐던 군 명령체계도 정상을 되찾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보복 공격 방침이 전해진 뒤 일부 탈레반 군사령관들이 달아나는 바람에 지휘계통이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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