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이름 거론 기업들 큰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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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용호 G&G그룹 회장의 정.관계등에 대한 로비사건이 불거진 지 한달이 넘어가지만 국내 산업계에 미친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 휘말린 기업들은 물론, 경기침체 속에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 대다수의 중소.벤처기업들은 자금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며 걱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李회장이 주가조작 등을 위해 편법으로 활용한 구조조정 전문회사(CRC)제도를 대폭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직격탄을 맞은 스피커시스템 전문업체 KEP전자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G&G그룹 계열사로 잘못 알려져 주가하락, 금융기관 제재로 경영상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고 말했다.

이 회사 기획실 관계자는 "개인투자자.협력업체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쏟아져 임직원들이 연휴기간 중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며 "심지어 주거래은행 등에서 무역금융 5억원을 받으려면 5억원을 예치하라고 요구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고 밝혔다.

쌍용화재도 李회장측에서 지난 6월 자사주를 느닷없이 대량으로 사들이는 바람에 이번 사건에 휩싸였다며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케트전기.조흥캐피탈 등도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을 하고 나섰다.

무선인터넷 벤처기업인 지오인터랙티브 김병기 사장은 "이 사건은 몇몇 기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 우리 벤처와 중소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해 더욱 경영환경을 악화시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며 "가뜩이나 팽배한 불황심리와 맞물리지 않도록 차단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김석중 상무는 "구조조정 전문회사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시장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나 이 사건처럼 '머니게임' 의 도구로 전락해 엉뚱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시래.김남중.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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