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의혹… 민심이 흉흉하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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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가위는 궁핍했고 민심은 흉흉했다. (한나라당 권철현.부산 사상)" "여권의 침체 기조가 느껴졌다. (민주당 전용학.천안갑)"

여야 대변인이 정리한 '추석민심' 이다. 중앙일보가 지역구 의원 35명(민주당 16명.한나라당 16명.자민련 3명)을 취재한 결과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이용호 게이트' 와 부패한 권력 주변에 대한 성토였다.

◇ "조폭이 나라를 갖고 노나" =검찰.경찰.국정원.금융권과 정치권 인맥까지 직.간접으로 거론된 이용호-여운환씨 사건에 대해 박종웅.정형근.심규철(이상 한나라당).정진석.송광호(이상 자민련)의원 등은 "총체적으로 부패한 정권" "자기들끼리 다 해먹었다" 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들었다.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은 "조폭들이 이렇게 나라를 갖고 놀아도 되느냐" 는 한탄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영춘(한나라당)의원은 "몸통설이 나도는 두 K씨의 실명을 알려 달라" 는 요청도 많이 받았다.

신경식(한나라당)의원은 "민주당이 본전을 빼려고 저러는 거냐" 는 말을 들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도 "검찰에 대한 불신이 많이 쌓여 있었다" 고 했고 박상규 의원은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로비자금에 시민들이 위화감을 느끼고 허탈해 하더라" 고 했다. 같은 당 정장선 의원은 "열에 일고여덟은 민주당에 비판적이더라" 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은 "야당이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김성순.문석호)" "여당이고 야당이고 민심이 이반한 지 오래됐다는 양비론이 많았다(이윤수)" 는 얘기도 했다.

자민련 이양희 의원은 "에이, 도둑놈들" 하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같은당 정진석 의원은 안정남 전 건설교통부 장관에 대해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마니산에서 기도했다던 사람이 웬 부동산 투기냐" 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 "정치가 국민 괴롭힌다" =성난 민심은 민주당 정권뿐 아니라 "허구한 날 쌈질만 하는(심규철 의원)" 정치권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최병렬 의원은 "여야가 7대3 내지 8대2 비율로 같이 욕을 먹고 있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싸우지만 말고 여당과 잘해보라" 는 요구가 의외로 많았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은 "경제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며 "여야 모두에 극도의 불신이 표출되고 있다" 고 했다.

김성호 의원은 "젊은 샐러리맨 사이에선 김근태 최고위원이 제기한 동교동계 해체론이 생각보다 강하게 먹혀들고 있다" 고 말했다.

민생문제와 관련해 "IMF 때보다 살기가 어려워졌다" "가진 자와 못가진 계층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는 얘기가 많았다.

◇ 뭉치는 지역표심=부산.경남 지역의 의원들은 "DJ정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박종웅)" "못참겠다. 정권 바꿔야겠다(허태열)" "자유당 말기와 비슷하다(권철현)" 는 과격한 표현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호남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이 내년 대선 때문에 난리를 친다(김경천)" "DJP 공조 붕괴.여소야대.한나라당 공격으로 민주당이 어려워졌으니 미우나 고우나 다시 한번 관심 갖자(김충조)"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아야 한다(김효석)" 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 전했다. 이들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속 현상이 확연하다" 고 주장했다.

대전.충남의 이양희.정진석(이상 자민련)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金명예총재에게 기대하는 JP대망론이 형성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전영기.고정애.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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