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에 멍든 기업들] 전문가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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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부는 1998년 도입한 구조조정전문회사(CRC)가 '이용호 게이트' 의 주가조작 등 불법 금융거래 도구로 악용된 사실이 밝혀지자 제도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늘 그러하듯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려 하고 있다.

CRC란 부실기업을 인수해 경영과 재무상태를 정상화 해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매각함으로써 해당기업이 회생의 기회를 얻게 된다. 또 CRC는 이에 따른 차익 실현을, 관련 금융기관은 대출 손실을 최소화 하는 '윈-윈제도' 다.

그러나 CRC가 금융사기로 악용되는 것은 진입 조건의 비현실성과 더불어 소홀한 금융감독 때문이다.

CRC는 자금 동원능력과 전문 금융기법, 그리고 경영 정상화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발전법에 의해 운용되는 이 제도는 최소 자본금 30억원만 있으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따라서 최소 자본금의 영세성과 신인도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자본금 30억원의 CRC회사는 인수기업의 막대한 채무를 조정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외부 조달이 필수다. 당연히 주주 구성의 신인도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전문인력 조차 확보되지 않은 채 CRC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단기 주식투자와 주가조작의 도구로 변질되는 것이다. 또 주가조작 및 편법주식 거래에 대한 금융 감독상 허술함은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편법경영을 가능케 한다. 금융감독이 철저하다면 이를 통한 불법행위는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 감독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한는 한 불법 금융 도구가 '신용금고→펀드→개인부띠끄(맞춤형 고객자산관리업)→CRC 등으로 바뀔 뿐 제2, 제3의 이용호 게이트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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