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살신성인' 인천 소방관 2명 영결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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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추석인 지난 1일 발생한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엠파이어 웨딩홀 화재사건으로 순직한 인천 남부소방서 구월소방파출소 구용모(具龍模.49.소방위).이동원(李東垣.31.소방교)씨 등 소방관 두명의 합동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 인천 남부소방서에서 엄수됐다.

남부소방서장으로 거행된 이날 영결식은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김홍인(金洪仁)인천시소방본부장.소방공무원.일반시민.유족 등 3백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명환(金明煥)남부소방서장은 "평소 화재현장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락을 함께 해온 그대들을 잃은 비통함을 참기 어렵다" 며 "고인들의 살신성인 정신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될 것" 이라고 추도했다.

영결식 내내 具소방위의 부인 劉순금(43)씨와 李소방교의 부모 李원종(67).權영분(64)씨 등은 각각 남편과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具소방위의 어머니 金보구(78)씨는 영결식 후 아들의 영정을 가슴에 안은 채 "이대로 못 간다" 며 몸부림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들 순직 소방관에겐 1계급씩 승진이 추서됐으며 유해는 모두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具소방위와 李소방교는 지난 1일 오후 7시40분쯤 엠파이어빌딩(6층)내 웨딩홀 뷔페식당(2층)화재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 불이 난 2층의 불길을 진압하기 위해 3층에서 내려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에 휩싸여 숨졌다.

具소방위는 팔순 노모를 봉양하며 대입을 앞둔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배달일을 하는 부인과 함께 내년에 입주할 아파트 생활의 꿈을 키워왔다. 특히 사고 당일 아침에 교대 근무자가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오전 6시 서둘러 차례를 지내고 출근할 정도로 동료애가 남달랐다.

또 李소방교는 속초 동우전문대를 졸업한 뒤 미국 오클라호마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사회에 더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 며 지난해 9월 소방관이 됐다가 변을 당했다.

한편 이날 불로 李달영(40)소방교가 중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며 웨딩홀 사장 권희국(60)씨가 숨지는 등 모두 4명의 사상자와 6천만원 상당(경찰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경찰은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고 건물 2층 출입구에 위치한 배전반이 심하게 탄 점으로 미뤄 누전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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