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탈레반측 협상 시도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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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진 특파원, 카라치=김석환 특파원]미국의 전투태세 준비가 완료된 가운데 2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미국은 이를 묵살하고 미국이 정한 시간에 공격을 강행할 것임을 밝혔다.

압둘 살람 자이프 파키스탄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는 2일 파키스탄 남서부 도시 퀘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사마 빈 라덴을 제3국에 인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으며 협상 대신 전쟁을 추구하지는 않겠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빈 라덴이 테러를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그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탈레반측과 협상은 없으며 그들을 위해 정해진 시간표도 없다" 면서 "우리는 우리가 정한 시간에 행동한다" 고 강조,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부시 대통령은 동맹국과의 결속 강화를 위해 이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중동 지역에 급파하고 탈레반측에 빈 라덴을 인도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오만.이집트.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지도자들과 회담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 떠났다.

탈레반에 저항하는 북부동맹측은 3일 "며칠 전 미국 관리들과 만나 공동 군사작전을 협의했다" 고 밝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군사적 상황이 조성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2일 탈레반 집권자들이 군사 공습을 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2일 프랭크 테일러 미 특사가 회원국 대표들에게 테러 공격에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가담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한 직후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선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측의 설명을 듣고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며 대 테러전쟁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탈레반에 "테러리스트들을 인도하든지, 권력을 내놓든지 그것은 당신들의 선택" 이라고 말해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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