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 주식형펀드 투자 '뒷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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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는 대공항 직전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는 사람이 주식을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해 큰 이익을 봤다고 한다.

이는 정보와 투자기법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는 그만큼 뒷북을 치기 쉽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형 펀드 가입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투신증권이 최근 주식형 펀드 가입금액을 분석한 결과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른 지 6개월쯤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때는 이미 주가가 크게 올라서 수익을 많이 거둘 수 없으며, 만약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1998년 10월 주가가 대세상승기로 돌아섰지만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아주 저조했다.

주식형 펀드 수탁고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6개월 뒤인 99년 4월부터였다. 이후 주식형 펀드 가입은 꾸준히 늘어났다. 종합주가지수가 1, 028을 기록한 99년 12월 1일 현재 주식형 편드 가입금액은 55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2000년에 들어서자마자 주가가 곤두박질하기 시작했지만 주식형 펀드에는 여전히 자금이 몰렸다. 2000년 4월 1일 종합지수가 725.39로 떨어졌지만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오히려 61조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어 5월 1일에는 66조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지 5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주식형 펀드로 돈이 몰린 셈이다.

한국투신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평소 주식을 거들떠보지 않던 사람들이 주식형 수익증권을 사기 위해 투신사 창구에 몰려오면 주가가 얼마안가 약세로 돌아섰다" 며 "따라서 펀드매니저들은 창구가 붐비기 시작하면 주식을 팔아치우곤 했다" 고 말했다.

한편 미국 투자자는 한결 재빨리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98년 8월 주가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반전한 지 3개월 만에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판매고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 투자자보다 3개월 빠른 셈이다.

이희성.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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