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고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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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黑, 타협대신 전투 택했지만 상처뿐

제2보 (25~51)=바둑팬들은 흔히 세력파들이 전투에 강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사실과 다르다. 실리를 선취하면 엷어지고 엷어지면 공격당한다. 이때 그 엷음을 수습하고 타개해나가는 힘이 없다면 바둑은 쉽게 진다.

그래서 조훈현.조치훈.서봉수 등 실리파들은 다 싸움에 능한 것이다. 이런 격언이 있다. "밑으로 기려거든 먼저 힘을 길러라. "

고노린6단의 바둑은 3선으로 돌들이 쫙 깔린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볼 때 실리 취향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과연 그는 백△의 갈라치기를 전혀 겁내지 않았으며 그 수를 당한 뒤에도 타협보다 25의 강력한 전투를 택했다.

실리에 전투가 접목된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그러나 검토실의 홍태선8단은 상변에 흑□라는 약한 돌도 있는 만큼 지금은 전투보다 타협을 택하는 게 순리라고 말한다.

타협을 한다면 '참고도' 흑1의 붙임이다. 이때 백2부터 16까지 잡는 것은 흑이 두터워지면서 좌하 백이 크게 약해져 백의 실패. 따라서 백도 당장 응징에 나서기보다 다른 곳을 두며 기회를 노리게 된다.

고노린6단은 29, 31의 절단에 기대를 걸었지만 劉9단이 30, 32의 강수로 맞서자 앞길이 피곤해졌다. 하지만 37로 넘고 39로 나와 끊어 전면전을 펼쳐가는 수순엔 힘이 충실하게 실려 있어 劉9단도 장고를 거듭하며 조심하고 있다.

44로 두 점이 잡혀 일단 흑은 실리에서 손해를 보았다. 45의 후수가 불가피한 것도 흑으로선 아픈 대목. 이 틈을 타 劉9단은 46, 48로 두 곳을 동시에 수습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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