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SW업체들 일본시장 진출 적극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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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북한이 재일 조총련계 벤처기업들과 손잡고 일본 소프트웨어(SW)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은 개발 용역을 맡고, 조총련계 벤처기업은 북한에서 개발된 상품을 일본에서 팔거나 수수료를 받고 다른 일본기업과 북한을 연결시켜 주는 형태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북한이 일본을 기점으로 세계 SW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고, 조총련도 측면지원하는 데다 일본 기업들은 개발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이같은 협력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 늘어나는 북.일 협력=조총련계 벤처기업인 디지코소프트는 지난 19~22일 도쿄(東京)부근 지바(千葉)현 일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월드PC엑스포 2001' 에서 북한산 SW 9종을 처음 선보였다.

북한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연구기관인 조선과학원.김일성 종합대학.김책공대.이학대학 등 네곳이 디지코소프트와 공동개발한 곳들이다.

컴퓨터로 암호처리한 자료를 팩스로 보내거나 인쇄하면 읽을 수 없지만 이를 이미지 스캐너로 원상복구하는 프로그램, 보안장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음성 인식 프로그램, 음색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음성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어학공부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1999년부터 북한의 대학.연구기관 등과 SW를 공동개발해온 디지코소프트의 조덕남(趙德南)사장은 "개발 제품을 일본에 팔거나 일본 기업의 주문을 받아 북한과 공동개발함으로써 북한과 일본을 연결하는 창구역할을 하겠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조총련계 기업인 유니코는 지난해부터 북한에서 공동개발한 한글입력.다국어 문자인식.PDA용 5개국 언어 서비스 등 7개 SW를 일본에서 만들어 팔고 있다. 이밖에 조총련계 일본인이 운영하는 실버스타재팬도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유니코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 당국의 SW 수출 의지도 적극적이다. 평양컴퓨터대학 등 전문기관들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일본향(向)' 전략을 짜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각 대학.연구기관 등에서 선발한 70여명으로 '전문개발원' 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의 SW 수준은=창작성은 뛰어나지만 실용성은 뒤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엑스포에 선보인 제품들도 대부분 '뼈대' (엔진)개발 수준이라고 북한측 관계자들은 밝혔다. 일본 벤처기업 관계자는 "실생활에 필요한 SW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 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본 기업들의 실용화 기술을 접목하면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SW 산업 육성을 위한 북한측의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PC엑스포 2001' 에 단장으로 온 김기철(金基哲)조선컴퓨터센터 부기사장은 "정부.연구기관.대학들이 대부분 SW 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 전문 중등학교도 있다" 며 "개발전문가 2천5백여명 외에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SW를 개발하고 있다" 고 말했다.

金부기사장은 "매년 9월 열리는 전국 SW 프로그램 경연대회는 올해로 12회째인데 매년 8백~1천2백여명이 참가해 4백~6백여개의 작품을 출품한다" 며 "프로그램 종류도 자동화.요리.바둑.장기.영화제작.교육.의학진단등 다양하다" 고 말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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