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산시의회 건의한 풍기역 신설 “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최근들어 6000여 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입주민들은 수도권전철 풍기역 신설을 원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아산시의회가 15일 138회 임시회 2차 본회의장에서 ‘풍기역 신설’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후 이 건의문은 철도시설공단에 전달됐다.

아산시는 2007년 수도권 전철 (가칭)탕정역과 (가칭)풍기역 등 2개 전철역사 신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의 사업성 검토 결과 탕정역은 신설이 확정된 반면 풍기역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산시의회는 “이후 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풍기동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 주변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철도시설공단에 풍기역 신설을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다.

“그건 시의회 생각이고…”

아산시의회가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풍기역 신설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한 후 15일이 지났다. 현재까지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철도시설공단의 회신이 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 아산시의 반응도 냉담하다. 수도권전철 역사 신설을 위해서는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할 도시계획과에서는 시의회가 건의문을 채택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2007년 상황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직원이 있을 뿐이었다. 교통행정과 역시 건교부의 사업성 검토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3년 전 사실을 기억할 뿐 시의회의 건의문 채택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신도시지원과 관계자 역시 “(철도시설공단에서)‘시가 건립비를 대고 적자운영까지 보전하라’는 요구를 하는 상황이다. 무리하게 건립해 놓고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주변 환경 달라졌다”

2006년 처음 풍기역 신설을 주장했던 아산시의회 여운영(41) 의원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현대아이파크, 동일하이빌, 신도브래뉴 등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겼고 이순신종합운동장과 아산경찰서가 새로 들어섰고, 온양여중·고 등 학교와 상업시설 등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사랑아산병원에서 온양민속박물관까지 문화로를 따라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단지 5000여 가구에 1만5000여 명이 살고 있어 일대 유동인구는 줄잡아 6만여 명에 달한다. 32만㎡규모의 도시개발사업도 예정돼 있다. 아울러 수도권전철 개통 이후 급증하고 있는 관광객 수를 감안하면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이 여 의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온양온천역에서 배방역간의 직선 노선 거리는 5㎞로 역간 평균 거리인 2~3㎞보다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풍기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전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3㎞ 이상을 걷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철도의 역간 평균거리는 1.1㎞, 광역철도는 2.3㎞이다. 풍기역이 생길 경우 배방역-풍기역은 2.97㎞이고 풍기역-온양온천역은 1.90㎞이다.

여 의원은 “전철역사는 향후 사업성을 미리 예측해 건립하는 것이 옳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미루다 보면 지가 상승 등으로 더 더욱 건립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 2006년 시가 용역을 줘 조사한 타당성 검토에서는 수익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크게 달라진 것 없다”

아산시는 2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풍기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7년 9월 건교부 투자심사팀이 벌인 경제적 사업성 검토 결과, 풍기역은 1을 기준으로 했을 때 0.64가 나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반면 탕정역은 1.12가 나와 사업이 확정됐다. 아산신도시 사업지역(탕정면 매곡리)에 신설될 탕정역은 LH공사가 251억원의 사업비를 부담한다. 내년에 착공에 들어가 2015년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풍기역 신설에 대한 기대는 아직 이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아산시의회가 보낸 건의문에 대해 아직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2007년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시각이다.

철도시설공단 기획조정실 사업전략처 윤증원 차장은 “3년 전 사업 타당성 검토를 할 때 예상되는 개발상황을 반영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당시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아산시의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은 물론 아산시 조차도 사업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산시의회가 건의문을 채택, 풍기역 신설을 원하는 주민들의 기대만 잔뜩 부풀려 놓은 결과를 만들었다.

풍기동 아산아이파크에 사는 주민 김모(41·여)씨는 “시의회가 건의문을 채택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내심 기대했는데 시는 물론 철도시설공단과 사전 구체적인 협의조차 없었다니 실망스럽다. 아무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건의문만 채택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