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시공사 선정' 약발 안 먹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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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종전 같으면 재건축 시공사가 정해질 즈음 값이 많이 뛰었지만 요즘엔 매매가 거의 끊기면서 일부 단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이미 반영돼 값이 많이 오른 데다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조치를 잇따라 내놓는 바람에 수익률이 예전같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광명 하안 주공 1단지와 안산 원곡주공 1단지는 각각 지난 22, 23일 시공사를 뽑았으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광명 하안동 동남공인중개사무소 이재수 사장은 "투자자들의 입질이 한창 이어져야 할 때인데도 문의전화조차 뜸하다" 고 전했다.

용적률 하락.소형평형 의무건립 등으로 심한 타격이 예상되는 중층아파트(10~14층)시장은 더 심하다.

11월 초 시공사를 뽑을 예정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 2차(1천5백70가구)의 25평형과 35평형은 최근 들어 평균 2천만원 가량 값이 내렸다. 용적률이 떨어져 1대 1로 재건축할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잠원동 삼성공인중개사무소 신명애씨는 "그동안 값이 많이 올라 팔려는 사람은 많지만 수요자들은 급매물만 찾고 있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며 "시공사 선정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고 말했다.

역시 11월께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값이 빠지고 거래도 뚝 끊겼다.

대치동 부동산마트 강봉대 사장은 "31평형의 경우 2억7천만~3억1천만원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지만 1천만원 이상 싼 급매물만 간혹 거래되고 있다" 고 전했다.

건축규제 조치를 다소 덜 받는 저밀도지구나 5층 이하 저층아파트 값도 약보합세다. 11월 초 시공자 선정 겸 조합원 총회를 여는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 인근의 한신공인중개사무소 강철기 사장은 "시장이 혼란스럽다보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매수세도 약하다" 고 귀띔했다.

5층짜리 강동구 고덕주공4단지도 이르면 올해 안에 시공사를 정할 계획이지만 값이 한달째 보합세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선덕 연구위원은 "재건축아파트는 투자수요가 대부분인 만큼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며 "경기침체와 미국 보복전쟁 등 악재가 많아 시공사 선정과 관계없이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조정이 이어질 것 같다" 고 내다봤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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