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재벌' 박순석 회장 골프매너 비신사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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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잘 나가고 있던 박순석 회장의 행태가 어떠했길래, 또 어떤 이유에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을까.

우선 구속영장에 따른 朴씨의 범죄사실은 한마디로 너무 예상 외다. 현 정권 들어 호텔과 골프장을 잇따라 인수해 뭔가 남다른 사업수완이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중견 재벌 총수답지 않은 비신사적 행위가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건장한 체격의 朴회장은 핸디캡이 8정도며 드라이버샷이 2백30m나 나갈 정도의 장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朴씨는 주로 핸디캡 10 이하로 실력이 한 수 아래며 신안그룹과 관련 있는 토목.조경업자 등을 내기 골프의 제물로 삼았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업자들은 朴씨에게 무조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잃어주는 접대성 골프를 쳤다고 진술했다" 고 전했다.

朴씨는 볼이 코스를 벗어나는 오비(OB)볼이 발생할 경우 동료들 모르게 골프공을 슬쩍 내려 놓고 치거나 자신이 돈을 잃으면 다음홀에서는 무조건 '더블(두배)' 을 부르며 최고 10배나 판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한 홀에 수천만원을 따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하청업체들이 내기 골프에 불응할 경우 마치 사업에 지장을 줄 것 같은 말을 해 울며 겨자먹기로 골프에 응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朴씨는 준비한 돈이 모두 바닥난 업자들에게는 고리(高利)로 돈을 꿔줘가며 골프를 계속해왔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朴씨는 또 단 한차례도 직접 도박을 하지 않으면서도 포커.고스톱 도박장을 개장하고 '고리' 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겨 수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편 그동안 골프장 취득 등을 둘러싸고 말썽이 적지 않았던 朴씨가 단순히 상습도박 혐의로 적발된 사실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수사 착수 배경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3월 朴씨가 관악CC(현 리베라골프장)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알력을 빚어오던 M씨 등이 朴씨의 비리를 진정해 수사가 이뤄졌다" 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998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무난히 넘기고 골프장을 무더기로 인수하는 등 현정부 들어 '잘 나가던' 朴씨가 갑자가 검찰 수사의 도마 위에 오른데는 뭔가 말못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설(說)이 무성하다.

수원=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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