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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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책읽기를 좋아하거나 효율적인 독서법.방향을 구하는 독자, 장서가, 출판계 관련자라면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기 전에 필기도구부터 준비해야 할 듯 싶다.

책을 고르고 읽는 요령, 서재를 꾸미는 방법 등 아주 실용적인 도움말에서부터 독서는 물론 인간본성에 대한 철학, 출판계의 현황 분석 및 미래 전망 등 메모할 만한 내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현대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 '지(知)의 거인' 등으로 불리는 인물. '쓰레기같은 책' 에 대해 비판해온 이답게 이 책에는 목적에 맞는 알맹이만 꼭 집어 놓았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원래 5장은 '나의 독서 일기' 였는데, 내용이 한국 독자들에겐 생소하거나 구하기 힘든 책에 관한 것이라며 저자가 먼저 나서서 자신의 최근간 『내가 읽은 재미있는 책.재미없는 책, 그리고 나의 대량 독서술.경이의 속독술』의 서론 부분을 대신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지적 호기심에도 놀라게 되지만, 한 번 집필 주제를 정하면 3~4m 높이에 이르는 5백여권의 관련도서를 섭렵한다는 독서량이 감탄을 자아낸다.

젊은 시절 이용하던 '사과 상자' 책꽂이나 경제적 여유가 생긴 뒤 마련한 3층 서가 건물인 일명 '고양이 빌딩' 이야기 등 재미난 일화들도 많다.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이란' '종이로 된 책이 전자 미디어를 이긴다' 등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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