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태권도계 인사문제로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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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더 이상 태권도계의 비리와 병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

태권도계가 대한태권도협회와 세계태권도연맹의 집행부 인사문제로 심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경희대.용인대.경원대 태권도학과 교수와 학생 5백여명은 지난 19일 경희대 대강당에서 토론회를 열고 "부정사태와 연관된 인사들에게 또다시 임원 자리를 내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 과 같다. 현 상황은 태권도의 최대 위기이므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태권도살리기 운동연합' 을 결성한다" 고 결의했다.

이들이 인사와 관련돼 문제를 삼는 것은 세가지다. 우선 지난 4월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판정 시비로 인해 물러났던 당시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 L씨가 최근 세계태권도 연맹 사무차장으로 다시 발탁됐다는 점이다.

공금횡령 혐의로 물의를 빚은 S모씨를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에 보고한 문건에는 K, L씨를 협회 이사에 포함시키고도 외부에는 이들을 제외시킨 허위 명단을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권도살리기 운동연합의 양진방 교수(용인대)는 "협회의 처사가 모두 '눈가리고 아옹' 하는 식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다" 고 말했다. 운동연합측은 20일 김운용 회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조만간 집단행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한태권도협회와 세계태권도연맹측은 뒷짐만 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멕시코로 외유 중인 김운용 회장이 다음주 귀국하면 나름대로 대책이 세워지겠지만 회장의 고유권한인 인사문제에 대해 학생 등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행위" 라고 말했다. 타협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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