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식사회에 묻는다] 왜 묻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왜 '우리 사회에 지식인이 있는가' 를 묻는가. 과거의 지식인상이 적합성을 갖기 어렵게 됐음에도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지식인 모델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해방 전후의 민족적.지사적 지식인은 1960년대 이후 근대화와 함께 민주적.저항적 지식인으로 변화했다. 근대화는 기능적 관료지식인도 새롭게 산출해냈다. 그러나 최근 급격히 진행된 세계화.정보화는 이같은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지식을 실용적으로 해석한 '신지식인론' . 정보와 지식상품화를 통해 지속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이른바 지식기반경제를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경제적 효용성의 관점에서 해석됨으로써 지적 역할에 대한 폄하가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아울러 이런 지식인론이 사회운동으로 전화됨으로써 권위주의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신지식인론은 지식인의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소위 언더그라운드, 혹은 아웃사이더 지식인들이 '공격적 글쓰기' 라는 형식으로 기존의 지식사회를 공격한 '게릴라 지식인' 도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시켰다.

포스트모더니즘도 지식사회 해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지성에 대한 해체작업은 지식의 보편성을 그 뿌리부터 흔들어 버렸고 지식사회를 상대주의로 몰아갔다. 그리고 이 상대주의는 심지어 지식의 정치권력에 대한 종속마저 가능케 했다.

가장 문제의식이 투철해야 할 좌파 지식인도 왜곡된 현실과 권력에 저항했다는 또 하나의 기득권에 안주해 변화된 상황을 주도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지식인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