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황인숙 '밤 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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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텅 빈 수족관의

뒷자리에 앉아

아저씨, 우리 바다로 가요.

아저씨, 우리 바다로 가요.

아저씨, 아저씨,

우리

바다로 가요.

(담배를 피우고 싶다)

- 황인숙(1958~) '밤 버스'

프랑스 소도시 이차선 도로를 밤 버스가 달린다. 40대 운전기사는 늘 같은 길을 왕복한다. 승객은 서넛…. 10대 소녀가 매일 밤 버스를 탄다. 좌석에 앉은 소녀의 드러난 허벅지를 운전기사가 곁눈질한다. 어느날 밤 그들은 서로를 빼앗고 뺏긴다.

영화 '세상의 어두운 그늘' 은 밤 버스에서 만난 아나이스가 헤어진 부인이 낳은 자기 딸임을 알게 되는 반전이 충격적이다. 소녀는 '사막으로 가자' 하고 황인숙씨는 바다에 가고 싶다. 아버지를 증오한 복수극이 철없고, 한쪽은 너무 외롭다.

김영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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