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 1970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주한미군 철수 반대 서한이 처음 발견됐다.
당시 신민당 소속 국회의원(전남 목포)이었던 金대통령은 70년 3월 27일자로 작성한 이 영문 서한에서 "주한미군을 성급하게 철수하는 것은 중국 공산주의자들만 이롭게 할 뿐 아니라 북한의 점증하는 호전적 자세와도 완전히 배치된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주한미군 철수는 천천히 이뤄져야 한다" 며 " '한국 방위의 한국화' 정책은 장기적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입수한 70년대 한.미관계 극비 문서철에서 밝혀졌다.
'한.미 공동관심사에 관한 나의 견해' 란 제목의 이 장문의 서한(A4 용지 14쪽)은 닉슨 독트린과 아시아.한국의 안보.한국정치.한국경제 상황 등 4분야로 구성됐다.
金대통령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북한의 대남(對南)불가침에 대한 소련.중국의 보장^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보완^한국의 자위노력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 지원 등 3가지 조치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문제와 관련, 金대통령은 "박정희(朴正熙)정권이 의식적으로 반공(反共)을 구실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어떠한 외부의 간섭도 원하지 않는다" 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의 투쟁에 결정적 애로는 한국에 언론의 자유가 없는 것" 이라며 "문공부는 언론을 통제.조작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언론인들은 경찰과 정보기관에 의해 부당하게 조사를 받곤 한다" 고 언론 탄압을 비난했다.
그러나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제발전에서 박정희정부가 수행한 역할을 부인하지 않는다" 고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통제로 인한 시장경제의 왜곡.정경유착.지역발전의 불균형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金대통령은 또 미국에 대해 "대미(對美)무역적자와 한국상품에 대한 무역규제 등을 반드시 시정해 달라" 고 요청했다.
이 서한을 보낼 당시 金대통령은 이듬해 4월에 실시될 제7대 대선(大選)에서 야당후보로 출마할 것을 선언한 상태였다.
金대통령이 "최근 워싱턴 방문시 당신(닉슨)을 직접 만나지 못해 이 서한을 보낸다" 고 적은 것으로 보아 후보 출마선언 직후인 70년 3월초 주한미군 철수계획 중지를 비롯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사전에 미국측에 전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