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세계로 나가다/한미약품] “약효 한달간 지속시켜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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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찾는 한미약품 연구원들의 눈빛이 날카롭다.

한미약품(대표 임선민)은 2006년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랩스커버리(Lapscovery)’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에 성공한 ‘재조합 캐리어(Carrier, 운반자)’다. 대장균 발효를 통해 생산한 캐리어를 바이오 의약품에 화학적으로 결합해주면 약효 기간이 획기적으로 증가한다. 바이오의약품은 대개 약효 기간이 1~2일에 불과할 정도로 짧지만 캐리어를 사용하면 기존 용량의 3분의1~10분의1만으로도 약효가 1주일~1개월까지 유지된다. 이 기술은 대부분의 바이오 의약품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등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미약품은 2014년부터 이 기술을 적용한 바이오 신약을 릴레이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8개의 바이오 신약 개발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김맹섭 연구소장

LAPS-Exendin(당뇨병)·LAPS-GCSF(항암보조제)·LAPS-EPO(빈혈)·LAPS-hGH(왜소증) 등 4종은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LAPS-GCSF는 2007년 전임상 단계에서 이미 일본 제약회사에 기술 수출되는 성과를 올렸다. 다음은 한미약품연구센터 김맹섭 소장과 일문일답.

-한미약품의 바이오 의약품 기술 특징은.

“약효 지속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해 ‘시장성 있는 신약개발 ’ 가능성을 높인 점이다. 바이오 약들은 체내에서 지속되는 시간이 짧아 환자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 투여하는 불편을 겪는다. 우리가 개발한 랩스커버리를 접목하면 길게는 1개월 1회 요법만으로 충분한 치료효과를 올릴 수 있다.”

-바이오 신약들이 나오는 시기는.

“2014년부터다. 우리가 개발한 기반 기술은 대부분의 바이오 의약품에 응용할 수 있다. 하나의 기반기술을 유사하게 적용함으로써 신약의 패키지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시판되는 제품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될 바이오 의약품에도 접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한미약품이 기대하는 신약 개발의 목표는.

“2020년까지 20개 이상의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바이오 분야 외에도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기반기술인 ‘오라스커버리’ 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오락솔과 오라테칸 등 두 개 품목이 임상 2상 단계를 밟고 있다. 이들 품목은 랩스커버리에 앞서 출시되는 한미약품 1호 신약이 될 전망이다. 또 표적항암제 분야에서도 임상시험을 개시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은.

“막대한 자금력과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확보한 글로벌 업체와 단순하게 비교해선 안 된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을 막 시작한 단계다. 한미약품이 올해 예상 연구비로 1000억원을 잡는 등 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투자비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제약업계에 대한 정부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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