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레스 포럼 지상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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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 아시아프레스 포럼에서는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전개되고 있는 정부의 언론 통제가 서구 거대 미디어 그룹의 영향력을 오히려 증대시키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미국의 테러참사 보도 과정에서 드러난 서구 미디어 그룹의 영향력도 집중 논의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으나, 거대 미디어그룹의 단일화된 시각과는 다른 아시아의 독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다음은 주요 토론 내용.

▶장원호=거대 미디어 그룹이 아시아 언론에 대한 위협이란 견해에 반대한다. 세계화는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다.

▶문명호=벨로 교수는 한국이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했는데 자세한 견해를 듣고 싶다. 언론 사주가 탈세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다. 비판적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서란 견해가 많은데 이에 대한 의견은.

▶벨로=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경우 정부의 위협이 매우 실질적이다. 이는 자체 검열로 나타난다. 하지만 서구 거대 언론의 위협이 정부의 위협보다 더욱 심각하다. 덜 직접적이고 훨씬 교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항도 훨씬 어렵다. 한국 상황은 독점 언론의 문제점, 그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요구,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가 교묘히 맞물려 있어 외부인 입장에서 뭐라고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자이논 아마드=언론과 정부는 불가원 불가근의 관계여야 한다. 현재 미국 정부와 언론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장원호=외교.국제문제를 얘기할 땐 어느 국가의 언론이라도 정부 정책에 동조하게 마련이다. 미국 언론의 문제는 정부가 아니라 상업주의다. 아시아는 그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폴 제이콥=거대 미디어 그룹의 영향력에 맞서 태국.필리핀.싱가포르에 있는 10여개 신문사는 e-메일을 통해 서로 하루 5개의 기사를 교환키로 최근 합의했다.

▶모하마드 코다디=거대 미디어그룹이 세계 각국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정부는 언론의 역할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정부로 하여금 깨닫게 해야 한다.

▶가나시게 히로시=일본의 경우 이젠 언론의 책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심해지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어떻게 막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다. 정부는 이를 언론 통제의 기회로 보는 것 같지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사내 옴부즈맨, 즉 언론 스스로의 노력이다.

▶자이논 아마드=자국의 미디어가 정부의 통제 아래 있을 때 사람들이 이를 신뢰하지 않고 거대 서구 미디어 그룹에 의지하게 된다. 정부의 통제가 서구 재벌 언론의 세계 정복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김영희=CNN을 비판하면서도 중요한 사건이 터지면 어쩔 수 없이 CNN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거대 미디어 그룹에 대한 대책은.

▶벨로=기자협회 등 전문 조직간의 활발한 토론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포럼이 좋은 예다. 언론학계에서도 비판적 저널리즘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위자푸=중국에선 서구 언론과의 협조, 제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화사도 홍콩지사와 AOL.메릴린치가 제휴, 차이나닷컴을 만들기도 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이 미국 케이블TV네트워크로 방영된다면 중국에 대해 좀 더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김영희=이 포럼은 격년으로 유럽 언론인으로 초청 대상을 넓히고 있다. 내년엔 오늘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언론 종사자들도 견해를 밝힐 수 있도록 초청하고자 한다. 활발한 논의에 감사한다.

최지영.박현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토론참석자>

◇ 외국 언론인

▶일본 고지마 아키라(小島明) 니혼게이자이신문 논설주간

▶일본 가나시게 히로시(金重紘) 지지통신 국제본부장

▶중국 위자푸(虞家復) 신화통신 외사국장

▶중국 왕융푸 인민일보 총편집실 부주임

▶이란 모하마드 아트리안파르 함샤하리 신문 편집국장

▶이란 모하마드 코다디 이란 데일리 편집국장

▶홍콩 샤타이닝(夏泰寧) 명보 편집부국장

▶말레이시아 자이논 아마드 뉴스트레이츠 타임스 대기자

▶필리핀 레지나 얏코 필리핀 스타 외신 에디터

▶싱가포르 폴 제이콥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외신 부(副)에디터

▶베트남 구엔 황 푹 베트남 뉴스 편집부국장

▶라오스 솜사눅 믹사이 비엔티안 타임스 편집국장

▶캄보디아 퀴우 나비 라즈마이 캄푸치아 신문 편집부국장

◇ 기조연설

▶월든 벨로 필리핀대학 교수

◇ 국내 토론자

▶장원호(張元鎬) 아주대 석좌교수

▶문명호(文明浩) 세종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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