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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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아침 전국에서는 수험생들이 안전하게 수험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경찰과 구급대등이 총 동원됐다. 장애인 수험생을 위해 특수 편의시설이 설치됐고 교통체증으로 지각이 예상되는 수험생에게는 경찰의 오토바이까지 제공됐다. 6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수능 도전장을 냈는가 하면 10초반의 소년,소녀도 언니오빠들과 어깨를 겨루며 차분하게 수능문제를 풀기도 했다.

수험생들을 위해 군부대 비행은 통제됐고 각종 건설공사장 소음도 최소화 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날씨가 포근해 수험생들은 큰 불편없이 시험을 치루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지난해보다 1천900여명이 줄어든 3만4천400여명의 수험생들이, 경북지역에서는 3천200여명이 줄어든 2만5천700여명의 수험생들이 각각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 발휘에 나섰다.또 대구와 경북지역에는 이날 각각 46개와 59개의 고사장이 마련됐다.

특히 대구지역에서는 중증장애인 학생을 비롯한 특별관리대상자 37명이 장애인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진 대구 보건학교에서, 경북도내 특별관리대상 26명은 포항고 등 19개 시험장에 마련된 특별관리실에서 별도로 시험을 치렀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 수험장 장애인 시설 미비에 항의하다 중도에 퇴장한 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 장애인을 위한 수능고사장을 경북대 사대부고에서 보건학교로 바꾸도록 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허광훈(37)씨도 포함됐다.

한편 이번 수능시험에서 대구지역 최고령 및 최연소 응시자는 검정고시 출신인 우찬훈(61)씨와 곽윤정(15)양이다.

이날 대구시내 주요 교차로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을 태운 차량으로 다소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특히 고사장이 밀집한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 일대와 북구 복현오거리, 달서구7호 광장 주변에는 오전 7시를 전후해 수험생들을 태운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 북

새통을 이뤘으며 입실시간에 쫓긴 일부 수험생들은 차량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한편 대구공항과 공군부대는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1교시와 3교시 시간대에는 비행을 통제키로 했고 공군 방공포병학교는 이 시간대에는 레이더 사용을 자제키로 했다. 이밖에도 대구지하철건설본부와 대구시종합건설본부, 대구도시개발공사, 대구도시가스 등도 수험생들이 숨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이날 하루 각종 공사장의 소음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충북도내에서 1만6천57명이 응시한 가운데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7일 오전 4개 지구 28개 시험장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도내 고사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득점을 기원하는 선.후배와 가족들이 나와 수험생들을 응원했으며 장애인수험생 등 특별관리자 37명은 청주외국어고, 충주여고, 제천여고 등에 마련된 특별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도내 최연소 수험생인 최정필(14)군은 가족들과 함께 제47지구 3시험장인 청석고에 도착해 차분히 시험을 준비했다.

최군은 "지난해 10월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자퇴한 뒤 올해 4월 중졸, 8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며 "수학과 사회탐구 영역이 좀 약하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내 최고령 수험생인 이성근(67) 할아버지도 주위 사람들의 격려를 받으며 제48지구 1시험장인 충주고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 할아버지는 "50여년 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며 "수시모집에 지원한 충주대 경영학과에 합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주문화택시는 오전 6시부터 영업을 중단한 채 택시 111대를 동원해 수험생들을 무료로 고사장까지 수송해주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특히 청주시내를 6개 권역으로 나눠 일정한 지역에 택시를 18-19대씩 배치해 놓고 수험생들을 태워 고사장까지 수송해주는 기동력을 과시해 수험생들과 가족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광주지역 각 고사장 앞은 교육청의 응원자제 요청으로 예년보다 차분한 모습이어서 응원문화의 변화를 보였다. 예년의 경우 꽹과리 등을 동원한 요란한 응원과 함께 플래카드 등 다양한 응원도구가 동원됐고 인원도 각 고사장마다 200-300명씩 몰려드는 풍경을 연출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재학생들의 응원이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학교별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여론에 따라 교육청이 응원자제를 요청해 한층 조용한 분위기였다.광주시교육청 제26지구 제1시험장인 광덕고 앞에서 선배들에게 응원을 하던 정한별(17.숭일고 2년)군은 "지난해에는 반별로 수십명씩 동원해 응원을 펼쳤으나 올해는 실장과 부실장 등 10여명만 나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119 구급대는 몸이 불편한 수험생 등을 시험장까지 실어나르는데 일조했다.

17일 오전 7시30분께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사는 권영민(19)군은 다리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하자 119구급대에 도움을 요청, 시험장인 동래구 동인고등학교에 입실시간에 임박해 무사히 도착했다. 또 오전 7시께 해운대 중동 소방파출소도 다리가 불편한 최혜림(19.여)양을 시험장인 인근 해운대여고까지 구급차로 수송했고 동래소방서도 오전 7시37분께 입실시간에 쫓기고 있던 한 여고생을 동래구 명장1동에서 혜화여고까지 긴급수송했다.

부산교육청 동부지구 제11시험장인 부산진고등학교에서는 선배들을 격려나온 각 학교 후배들의 응원전이 치열해 시험장앞은 한동안 응원가와 북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교문앞을 선점한 부산동고 학생들은 '수능대박' 등의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선배들이 학교에 들어설때마자 환호성을 질렀고 이에 질세라 가야고 학생들도 풍물패를 앞세워 맞불을 놓는 등 서로 신경전을 펼쳤다.

또 정문앞에는 시내 유명 학원에서 나와 수험생들에게 일일이 손난로를 나눠주거나 녹차를 대접하며 수험생들의 선전 기원과 함께 발빠른 홍보활동을 벌였다.

○…경남 창원.마산지역 수험생 수송을 위해 군도 팔을 걷고 나섰다. 육군 39사단은 이날 오전 6시부터 헌병대 경호차량 2대를 각각 창원, 마산지역에 동원해 수험생 20여명을 직접 고사장 앞까지 수송했다.

특히 창원시 신월동에서 고사장까지 차가 막혀 애를 태우고 있는 수험생 정모(18)양을 경호차량에 태워 수험생 입실완료 시간 5분을 남겨두고 고사장인 창원 경일고에 무사히 도착하도록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학벌없는 사회',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교원 및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17일 오후 6시 서울 신촌 창천놀이터에서 '수능반대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수능시험으로 인한 획일적인 입시교육 및 고교등급제 등을 반대한다는 취지로 열리는 페스티벌에서는 입시생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 교육부 장관에게 엽서쓰기, '학벌지수 테스트' 등의 행사와 청소년 락 밴드와 댄스팀, 전교조 소속 노래패 등의 공연도 펼쳐진다. 또한 진보논객 홍세화씨의 연설에 이어 수능시험을 마치고 나온 고3 학생 등 행인이나 관객들이 자유롭게 대입제도 등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시간도 별도로 마련된다.

전교조측은 "작년 수능 당일 1교시 시험을 마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여고생의 사례는 입시만능의 교육이 빚어낸 비극이었다"며 "지식평가 위주의 수능시험이 아닌 학생들의 재능을 살려주는 창의적 교육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행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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