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현장서 카드 결제를" 국민제안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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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민방위 교육을 면제해주세요."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이하 기획단)이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인터넷 등으로 공모한'규제 개혁 국민제안'에 40대 회사원 고모씨가 내놓은 방안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사내 업무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등 각종 교육에 지치게 마련이다. 그나마 민방위 교육 등은 그 내용이 단순하다. 차라리 자원봉사로 대체하면 좋지 않겠나." 그는 "성희롱 예방교육은 민방위 교육처럼 교육 연차에 따라 매년 교육 횟수를 줄여주자"고 덧붙였다. 기획단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한 이번 공모에는 모두 563건이 접수됐다. 이 중 1차 심사에서 88건이 추려지고 2차 심사를 거쳐 14건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접수된 제안 중에는 공무원이나 학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 많았다. 기획단 관계자는 "생활과 밀접한 '깜찍한'제안이 많아 내심 놀랐다"고 말했다.

"교통 위반 등 각종 범칙금을 단속 현장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바로 결제토록 해달라"라는 제안이 있었다. 매번 집으로 범칙금 고지서가 배달될 때까지 기다리고 이를 내기 위해 은행을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줄이자는 취지다.

한 30대 주부는 "동사무소의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수수료를 단일화하자"고 했다. 현재 각 동사무소에선 관할 지역 주민에게 150원을, 타 지역 주민에겐 450원을 받는다. 행정전산망 사용료 명목이다. 이 주부는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즉석 발급이 가능한데 왜 주소지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받느냐"고 꼬집었다.

자동차 정기검사제도를 탄력적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다. 현행 규정상 승용차의 경우 차령(車齡) 10년 미만은 2년에 한 번, 10년이 넘으면 매년 1회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차량의 개별적 특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성모(40)씨는 이에 대해 "차량에 이상이 생겼을 때나 사고가 난 뒤 검사를 받았을 경우 사실상 정기검사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때부터 정기검사의 유효기간을 다시 따져 그만큼 유효기간을 연장해 주자"고 했다.

연말소득 공제 때 의료비 공제를 받으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직접 발급한 영수증을 내야 하는 불편을 해결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인터넷과 팩스가 발달한 시대에 너무 안 맞는 방식이다. 인터넷이나 팩스로 받은 영수증도 인정해주고, 아니면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직장에 통보하는 진료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30대의 한 사업가는 "건축물 준공 때 하수관 준공검사, 소방시설 검사 등은 검사기관이 지방자치단체로 일원화됐다. 유독 전기검사만 전기안전공사가 따로 해 불편하다. 자치단체로 일원화하자"고 건의했다.

◆어떻게 활용되나=기획단은 접수된 제안을 각 해당 부처로 나눠 개혁 방안 마련에 반영하기로 했다. 기획단은 14건의 수상작을 우선 전략 과제로 채택할 방침이다.

기획단의 윤영선 규제개혁 1팀장은 "1차 심사를 통과한 나머지 과제도 업무에 최대한 적용할 것"이라며 "규혁 방안으로 확정되면 각 부처가 이들 제안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수시로 점검하겠다"고 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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