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 관측위성 '찬드라' 블랙홀 신비 벗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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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를 비롯한 블랙홀 연구가들 중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사람이 수년 안에 나올지 모른다. 이달로 발사 두돌을 맞은 최신 X선 천체망원경을 장착한 '찬드라(Chandra)' 위성이 블랙홀의 신비를 한꺼플씩 벗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실험적으로 입증된 연구 결과만을 대상으로 수여한다는 원칙 때문에 실험을 통해 블랙홀 이론을 증명할 길이 없었던 호킹 박사 등 블랙홀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노벨상과 인연이 멀었다.

사진을 찍듯 가시광선에 의존해 우주를 관측하는 허블 망원경과 달리 찬드라는 X선으로 우주의 신비를 밝히고 있다. X선을 이용함으로써 허블보다 수백배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으며, 빛을 포함한 우주 입자들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기 수초 전 상태까지 놓치지 않을 만큼 정교하다. 우리 은하 밖의 은하와 성단도 찬드라에 의해 관측이 훨씬 쉬어졌다.

찬드라는 2년 동안 우주의 신비를 벗길 많은 자료를 지구로 보내왔는데, 그 중에서도 블랙홀 쪽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블랙홀은 무한대에 가까운 중력에 의해 빛을 포함한 모든 우주 물질을 빨아들이며, 일단 들어간 물질은 전혀 빠져 나오지 못하는 우주의 검은 구멍. 블랙홀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빛보다 더 빨라야 하기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블랙홀은 우주 초기의 대폭발(빅뱅) 때 물질이 크고 작은 덩어리로 뭉쳐 생겨났다는 설과 별의 마지막 진화 단계로 강력한 수축에 의해 생겼다는 두가지 설이 있으나 어느 것도 증명이 안된 상태다.

블랙홀은 빛도, 물질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직접 관측하기는 어렵다. 단지 블랙홀 주변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X선을 관측함으로써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X선 관측 전용으로 만들어진 찬드라가 블랙홀에 관한 다양한 관측을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허블과 같은 광학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어려웠던 현상도 볼 수 있게 해준다. 허블 망원경은 빛이 있어야만 천체의 변화를 찍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우리 은하 중심인 궁수자리에 태양 질량의 2백60만배나 되는 초대형 블랙홀을 확인한 것도 찬드라만이 해낼 수 있었다. 그동안 기존 X선 천체망원경을 동원해 궁수자리에 대한 블랙홀의 존재를 탐색했지만 실패했었다.

우리 은하 밖의 은하에도 수십개의 블랙홀이 있다는 증거를 찬드라가 찾아냈다. 블랙홀에 한꺼번에 수많은 물질이 빨려들어갈 때 나타나는 엄청난 양의 X선이 포착된 것이다.

질량이 태양의 수백배에 달하는 중간급 블랙홀들이었다. 발견된 곳은 지구에서 수천만광년(1光年 :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 떨어져 있으면서 별을 탄생시키는 은하인 'NGC253' . 'M82'.안테나 은하 등이다.

이외에 찬드라는 ▶혜성의 X선 방출 비밀▶초신성 폭발 때 발생한 수백만도의 뜨거운 가스 관측 등 새로운 사실을 잇따라 밝혀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당초 찬드라를 5년 정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이처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게 됨에 따라 5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박방주 기자

*도움말 주신분〓고등과학원 장헌영 박사(블랙홀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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