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닉스 지원 美서 제동은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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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의 투자은행인 샐러먼스미스바니(SSB)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은행의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SB는 미국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들도 이처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의 재정 주간사인 SSB 제프리 셰퍼 부회장은 최근 박영철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산업은행이 하이닉스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한국 정부의 결정은 잘못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미국 정부의 압력이 커지자 이달 초 하이닉스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셰퍼 부회장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돈 에번스 미국 상무부 장관의 주장은 하이닉스의 경쟁력 및 WTO의 보조금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에번스 장관은 지난달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은 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 이라고 항의했었다.

셰퍼 부회장은 "에번스 장관이 하이닉스 주주 및 채권자들의 자율적인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며 "에번스 장관의 편지는 미국 정부의 국제통상 담당자들의 견해를 반영하지 못한 것" 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하이닉스가 생산비용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경쟁력있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 라며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지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한 일" 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에게 자신들의 견해를 충분히 설명했으며, 곧 공개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융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SSB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미국 정부의 압력이 약화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 채권단은 14일 채권은행장 회의를 열어 5천억원의 신규 자금지원을 포함한 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13일 "신규자금 지원과 출자전환.만기연장 등의 지원방안을 함께 올린다" 며 "투신권도 은행들이 신규자금을 지원한다면 회사채 만기연장 등 정상화 방안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자회사로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맥스터사의 지분을 이번주 안에 매각할 계획이었는데 테러사태로 매각작업이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정.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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