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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슬람 교도 "테러 당할까 걱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우리가 테러한 것도 아닌데…. "

미국 내 테러의 불똥이 국내 이슬람계에도 튀었다.

이슬람 과격단체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 배후로 지목되면서 덩달아 눈총을 받는 것.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대부분 서남아시아.중동국가 출신. 주로 3D 업종에 종사하며 '코리안 드림' 을 꿈꾸고 있다.

서울 구로동 염색공장에서 일하는 터키인 미엘 조나스(29)는 13일 "이번 테러로 신변 위협을 느껴 누가 국적을 물으면 그리스나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속이고 있다" 고 말했다.

이태원에 사는 파키스탄인 M씨(31)는 "이웃들이 갑자기 말도 안걸고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며 "그래서 일부 동료들은 터번을 벗고 외출한다" 고 말했다.

그의 형 L씨(33)는 "매일 출근길 용산 미군기지 앞을 지날 때면 미군들이 뒤통수에 욕을 해대는 것 같다" 며 "혼자 다닐 때는 솔직히 두려움도 느낀다" 고 했다.

"평소 아랍계 노동자들을 좋지않게 보는 일부 한국인 고용주들이 이번 테러 이후 더욱 따가운 눈총을 주는 것 같다" 는 게 '외국인 노동자의 집' 이강봉 전도사의 말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서울 용산경찰서는 한남동의 이슬람 성원(聖院) 주위에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병력을 12일 배치했다. 용산서 관계자는 "당분간 외국인 이슬람교도들의 동향에도 신경쓸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주화 사무차장은 "정통 이슬람교는 평화와 평등을 사랑하는 종교로 테러나 살인을 하지 않는다" 고 항변했다.

정현목.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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