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부시, 미국 구해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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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공이냐 실패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시험에 직면해 있다. 미국 역사상, 아마도 인류 역사상 최대.최악의 테러를 부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

◇ 부시 최대의 위기=지난 1월 부시는 화려한 경력의 외교안보팀을 구성해 전문가.언론으로부터 좋은 평점을 얻었다.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이들은 걸프전 또는 월남전을 치른 '전쟁 전문팀' 이다.

이런 팀워크로만 보면 부시는 두려워할 것이 없다. 게다가 야당.언론, 그리고 여론도 대통령을 받쳐주고 있다.

부시의 뒤에는 막강한 군대와 경제력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부시에게도 이번 사태는 중대한 위기다. 그것은 사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1941년 미국이 당한 진주만 공습의 규모는 이번보다 훨씬 컸지만 성격은 단순했다. 적(일본)의 얼굴이 확실히 보였고 대응(전쟁선포)에는 고민할 것이 없었다.

반면 이번에 상대하는 적은 프로 테러리스트들이다. 얼굴도 없고, 잡아내기도 힘들며, 응징하기도 까다롭다. 이에 비해 부시는 전쟁 경험이 없는 8개월짜리 초보 대통령이다.

◇ 대응 실패하면 재선에 먹구름=전문가들은 부시가 해내야 하는 과제를 이렇게 열거한다. 우선 추가 테러를 막아야 한다. 그래서 일단 불안에 사로잡힌 국민의 기운을 살려야 한다.

그리곤 테러세력을 찾아내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효과가 오래갈 수 있는 방법으로 응징해야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부시는 국가의 대(對)테러 작업을 재건해야 한다. 구멍난 정보망을 수선하고 테러리즘에 대처하는 장기적인 국가 생존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더구나 테러 대처에 성공한 지도자는 흥했고 실패한 지도자는 망했다.

80년 지미 카터는 이란의 미국인 인질 억류를 해결하지 못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95년 빌 클린턴은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테러를 멋지게 다뤄 재선가도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벌써부터 사태의 초기 대처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테러가 발생한 후 플로리다에서 바로 백악관으로 돌아와야지 왜 10시간이나 걸렸느냐는 주장이다.

백악관은 "테러범이 백악관을 위협하고 있다는 정보 때문" 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일부 여론의 반응은 겁쟁이처럼 도망간 것이라며 시큰둥하다.

◇ 현재까진 성공적=부시는 러시아.중국.영국.독일 지도자 등과 세계전략을 협의하면서 사태를 고공 지휘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세계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부시는 참모진을 지휘해 미국인에게 해결의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 '전쟁 전문팀' 이라 불리는 외교안보 핵심 4인방의 운명은 이번 해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파월 국무장관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전면에 나서고 체니 부통령과 라이스 보좌관은 뒤로 물러나 있다.

이중 가장 활약이 돋보이는 이는 파월이다. 파월은 12일 오전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의 조지 로버트슨 사무총장과 접촉해 나토가 이번 테러를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중요한 외교적 성과를 얻어냈다. 매파로 통하는 럼즈펠드는 시종 신중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미국민을 독전(督戰)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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