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샤오펑·저우창, 선두 ‘리틀후진타오’ 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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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출생한 중국의 6세대 정치 지도자군의 경쟁 구도가 가시화됐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5일 저우창(周强·50) 후난(湖南)성 성장을 이 성의 당서기로 임명했다. 저우는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당서기로 자리를 옮긴 장춘셴(張春賢·57)의 자리를 잇게 됐다.

또 후난성 성장엔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장남인 리샤오펑(李小鵬·51) 산시(山西)성 부성장의 발탁이 유력하다고 26일 홍콩 사우스 차이나모닝 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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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난성은 중국 혁명의 중심지이자 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으로 중국 정치에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저우·리가 후난성의 양대 포스트에 진입함에 따라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內蒙古) 당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지린(吉林)성 당서기가 이끌고 있는 6세대 주자군이 치열한 각축전에 들어갔다고 홍콩의 정치 분석가들이 입을 모았다. 마오쩌둥→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를 잇는 5세대 그룹을 뒤따르고 있는 지도자군이 6세대 그룹이다. 5세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 부총리 등이 앞을 다투고 있다.

◆확장되는 6세대 주자군=SCMP는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동맹) 파벌로 분류되는 장 서기와 저우 서기가 당 지도부의 성소인 주요 정치 포스트에 임명됐다는 것은 후 주석이 당 인사의 실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공청단 제1서기를 역임한 후 주석이 인사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 중국 지도부 교체 시기인 2012년 제18대 공산당 당대회 전까지 공청단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의 전문가들은 “5세대 선두주자인 태자당 출신 시 부주석에 대한 견제·균형 차원에서 공청단 출신들이 중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우 신임 후난성 당서기는 충칭(重慶)시 서남정법대 법학과 출신이다. 그는 사법부에서 공직의 틀을 잡은 뒤 1998~2006년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역임하며 후 주석의 최측근으로 발돋움했다. 제1서기로 임명됐을 때 나이가 38세였다. 30대에 공청단 서기를 맡았던 후 주석과 유사한 출세 코스를 밟아 크게 주목을 받았다. 홍콩 시사잡지 ‘개방’의 진중(金鍾) 총편집(편집인)은 “제18대 당대회에서 저우의 정치국(정원 25명) 진입이 유력해졌다”고 말했다.

‘리틀 리펑’이라 불리는 리샤오펑은 중국의 대표적 국유 전력업체인 화넝궈지(華能國際) 회장을 맡아오다 2008년 5월 산시성 부성장에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아버지 리펑 전 총리는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중국 공산당의 보수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당 내외에 적잖은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출생인 리샤오펑은 91년 화넝궈지에 들어간 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아시아의 전력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출세가도를 달렸다. 홍콩 명보는 “후난의 행정을 총괄하는 성장 자리에 올라선 리는 공청단과 함께 정치 지도자들의 핵심 파벌에 속하는 태자당(당·국가 원로의 자제 집단)의 선두권에 진입했다”고 평했다.

이들은 6세대 지도자 그룹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리틀 후진타오’ 후춘화 네이멍구 당서기, 쑨정차이 지린성 당서기 등과 함께 제18대 당대회까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후와 쑨은 이미 올해 양회(兩會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전인대 170명 주석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기선을 잡았다.

홍콩 총영사관 전가림 선임연구원은 “실무 경력이 탁월한 공청단 출신들과 우수한 교육 배경·인적 네트워크를 쌓은 태자당이 합종연횡하며 실력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6세대 지도자군 특징=6세대 지도자들은 3~5세대 지도부처럼 이공계 출신으로 편중되지 않았다. 후자는 50~60년대 신중국 건설 시기에 전공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공계가 많았다. 하지만 6세대는 개혁·개방의 물꼬가 터진 80년대 학번으로 이공계뿐 아니라 경제·법학 등 문리·사회과학 전공자들도 골고루 섞였다. 또 엘리트 선발에 의한 소수정예 교육을 받았고 해외 경험도 풍부하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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